트럼프까지 가세한 마이너스 금리 논쟁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다른 국가들이 마이너스 금리로 혜택을 입는 한, 미국도 이런 선물(gift)을 받아들여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이런 트윗을 내보냈습니다. 지난주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 나타난 올해 말~내년 마이너스 금리 예상으로 불거진 논쟁에 트럼프 대통령까지 가세한 겁니다.

연방기금금리 선물 시장에서 마이너스 금리가 나타난 건 지난 7일입니다.

미 경제가 예상보다 느리게 회복될 것이고, 미 중앙은행(Fed)은 결국 국채 펀딩 비용을 낮추기 위해 기준금리를 네거티브로 떨어뜨려야할 것이란 베팅이 늘어난 겁니다. 이에 따라 금리 정책에 민감한 2년물 미 국채 금리도 지난 8일 장중 한 때 사상 최저인 0.085%까지 떨어졌습니다.
트럼프까지 가세한 마이너스 금리 논쟁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하지만 토마스 바킨 리치먼드연방은행 총재가 "(네거티브 금리를) 한 번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할 만한 어떤 것도 보지 못했다"라고 일갈하는 등 Fed 관계자들이 줄줄이 그 가능성을 부인한 뒤 베팅은 약간 줄어들었고, 지금은 시장이 예상하는 마이너스 금리 시점은 내년 4~6월께로 늦춰졌습니다.

이런 상황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 발을 얹은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뿐 아닙니다. JP모간은 이날 유동성 관련 보고서에서 "우리는 여전히 네거티브 금리 가능성이 낮다고 보지만, 만약 네거티브 금리가 -10bp(1bp=0.01%포인트) 등 아주 마일드하고 1~2년씩 너무 길게 유지되지만 않는다면 그 효용이 비용을 넘어설 것으로 믿는다"고 밝혔습니다.
트럼프까지 가세한 마이너스 금리 논쟁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얼마 전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도 "Fed가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하면 많은 기업들이 계속 생존할 수 있을 것"이라며 "Fed가 쓸 수 있는 도구로 마이너스 금리를 고려하지 않는 것은 실수"라고 지적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를 채택해야한다고 주장하는 측의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미 경기 회복세가 예상보다 느리다. 많은 국채를 낮은 비용에 발행할 필요가 있다

2분기 -30~40%(연율) 성장률이 예상되는데다, 하반기 회복도 얼마나 이뤄질 지 불투명합니다. 이런 지지부진한 회복세는 더 많은 부양책을 뜻합니다. 공화당뿐 아니라 민주당은 3조달러대의 추가 부양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엄청난 국채가 발행될 수 밖에 없고 장기 국채 금리는 오를 겁니다. 미 정부가 낮은 비용에 돈을 조달하려면 Fed가 마이너스로 기준금리를 낮출 것이란 관측입니다.

이날 미 재무부는 4월 재정적자가 7379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엄청난 기록입니다. 오는 9월 30일까지인 이번 회계연도 적자는 3조7000억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이 것도 신기록입니다.
트럼프까지 가세한 마이너스 금리 논쟁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② 은행이 더 많은 대출에 나설 것이다

마이너스 금리가 되면 은행들은 Fed에 돈을 맡겨놓고 이자를 뺏기기보다 이를 기업이나 가계에 대출해줄 동인이 커집니다. 기준금리가 마이너스가 된다해도 시장 금리는 플러스를 유지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는 경기 개선을 도울 수 있습니다.

③ 증시 부양 방법이 될 수 있다

빠른 경기 회복에 대한 희망이 꺾인다면 지난 3월23일 이후 폭등세를 지속해온 뉴욕 증시의 주가 수준은 유지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주가가 크게 흔들린다면 Fed는 금융시장 안정을 위해 뭔가 또 다른 정책을 내놓아야할 수 있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마이너스 금리가 되면 주가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생각에 일부 투기세력이 Fed를 압박하고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전했습니다. 마이너스 금리가 되면 채권의 투자 매력이 크게 감소해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증시로 몰려들 것이란 예상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마이너스 금리를 예상하는 쪽은 월가에서도 소수입니다.
이날도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 연방은행 총재가 "마이너스 금리는 미국에 좋은 옵션이 아니다"고 반박하는 등 여러 Fed 인사가 네거티브 금리로 내리지는 않을 것이란 점을 시장에 알렸습니다.

마이너스 금리를 반박하는 논리는 다음과 같습니다.

① 미국 은행들의 타격이 크다

은행은 이번 위기의 최후의 보루입니다. 이번 사태로 발생할 많은 기업과 가계의 부실을 최종적으로 떠안아야합니다. 마이너스 금리는 그런 이들의 수익성에 치명타를 가할 수 밖에 없습니다.

특히 미국 은행들은 가계 예금이 많아 마이너스 금리로 인한 수익성 악화를 예금에 전가하기도 어렵습니다. 파월 의장도 마이너스 금리와 관련, "은행의 수익에 하강 압력을 높여 신용 팽창을 제한한다"며 부정적으로 말했었습니다.

② MMF 시장이 붕괴된다

4조달러 규모를 넘는 미국의 머니마켓펀드(MMF) 시장도 엉망이 될 수 있습니다. 투자자들이 이자를 챙길 수 없다면 투자할 이유가 없기 때문입니다.

③ 일본과 유럽에서 별 효과가 없었다

게다가 일본과 유럽에서 보듯이 마이너스 금리는 경기 개선에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열심히 벌어서 저축하는 사람들에게 벌을 주는 꼴이기도 합니다.
월가 관계자는 "미국으로 옮겨와 자산을 달러로 갖고 있는 유대계 자본가들이 마이너스 금리를 수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④ 필요하다면 마이너스 금리보다 일드캡(Yield Cap)이 낫다

시장에선 미 행정부의 막대한 국채 발행으로 장기 금리가 오를 경우, Fed가 마이너스 금리보다는 채권 금리 상한을 정하는 일드캡 정책을 시행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즉 10년물 금리를 1%로 고정하고 그 이상으로 금리가 높아질 경우 무한대로 채권을 매입해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정책입니다. 지난 1942~1951년 2차 세계대전 당시 전쟁 자금 조달 및 전후 경기 회복을 위해 Fed가 시행했던 해법입니다.
일본의 사례를 볼 때 일드캡 정책이 부작용이 크지 않고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트럼프까지 가세한 마이너스 금리 논쟁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이날 국채 시장에서는 10년물 국채 입찰이 있었습니다. 320억달러 규모의 국채를 입찰에 붙였는데, 사상 최저 수익률인 0.70%에 매각됐습니다. 응찰률이 2.69배로 치솟으면서 재무부는 입찰 규모를 50억달러를 더 늘렸습니다.

한 채권펀드 매니저는 "핵심은 장기 금리의 안정"이라며 "시장에서 바라는 것은 일드캡"이라고 말했습니다.

파월 의장은 13일 오전 9시(한국시간 13일 밤 10시)에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웹캐스트에 등장해 연설합니다. 여기에서 마이너스 금리에 대해 언급할 것으로 보입니다.
그동안 여러 번 얘기했듯이 부정적인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완전히 가능성을 없애는 발언도 하진 않을 겁니다.
트럼프까지 가세한 마이너스 금리 논쟁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파월 의장의 언급에도 월가의 마이너스 금리 논쟁은 금세 완전히 가라앉을 것 같지는 않습니다.
월가 관계자는 "파월 의장은 2018년 초 취임한 이후 시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계속 흔들어대면 몇 달 뒤 그 주장을 수용하는 일이 잦았다"며 "앞으로 어찌될 지 모른다"고 말했습니다.
트럼프까지 가세한 마이너스 금리 논쟁 [김현석의 월스트리트나우]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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