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저소득 참가국 탕감 요청에 중국도 일부 수용 시사"
"중국, 팬데믹으로 일대일로 채무 탕감 압박받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감염병 대유행) 여파로 중국이 일대일로(一帶一路·BRI) 프로젝트를 추진하며 각국에 떠안긴 막대한 채무를 탕감하라는 압박을 받고 있다고 미국 경제매체 CNBC가 10일(미국동부 현지시간) 보도했다.

육상·해상 실크로드를 뜻하는 일대일로는 중국에서부터 중앙아시아를 거쳐 아프리카와 유럽까지 거대한 철도, 도로, 해상 수송 네트워크를 구축하려는 중국의 야심 찬 인프라 프로젝트다.

중국은 일대일로에 참가하는 각국에 사업을 추진할 막대한 자금을 차관으로 제공하고 공사도 주도한다.

저개발 국가로서는 쉽게 대형 인프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는 유혹을 받지만, 그 과정에서 중국은 참가국의 자산을 채무의 담보로 요구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실제로 스리랑카의 경우 중국 측에 채무를 상환하지 못한 후 전략적 요충지인 항구의 권한을 중국 정부에 넘기기도 했다.

그러나 중국의 적극적 공세에 개발도상국 다수가 일대일로 구상에 동참했다.

베이징 소재 연구업체 '그린벨트앤드로드 이니셔티브 센터'(녹색 일대일로센터)에 따르면 일대일로 참가국은 130개가 넘는다.

"중국, 팬데믹으로 일대일로 채무 탕감 압박받아"
거침없이 뻗어가던 일대일로 프로젝트도 올해 코로나19 복병을 만나 곳곳에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캄보디아, 스리랑카, 파키스탄에서 펼쳐진 초대형 사업은 '봉쇄령'으로 중단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동·사업 제한으로 노동력과 자재를 동원할 수 없게 된 탓이다.

또 일대일로에 참가한 개도국들은 코로나19로 경제적 타격을 받으며 채무 상환 능력이 더욱 악화했다.

로펌 베이커 매켄지의 금융·재정 전문가 사이먼 렁은 "코로나19의 결과로 수출이 감소하고 국내 지출이 증가함에 따라 이들 국가의 통화가치가 상당히 약화, 중국에 갚아야 할 외화 표시 부채의 부담이 더욱 커졌다"고 진단했다.

석유 현물로 상환하는 '교환 계약'을 체결한 산유국의 경우 국제유가 하락으로 일대일로 빚을 갚으려고 더 많은 석유를 생산해야 할 처지에 몰렸다.

코로나19로 큰 타격을 받은 파키스탄과 스리랑카는 올해 상환 의무를 이행할 수 없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리스크 분석업체 '베리스크 메이플크로프트'의 가호 유 선임 애널리스트는 일부 저소득 국가들은 이미 중국에 이자 면제, 상환기간 연장, 원리금 상환 중단 등 다양한 형태의 탕감을 요청했다고 CNBC에 말했다.

중국 역시 일대일로 구상의 전략적 중요성을 고려해 탕감안에 어느 정도 동의하리라 예상됐다.

연구업체 '이코노미스트 인텔리전스 유닛(EIU)'은 중국이 일대일로 채무 탕감 압박을 받고 있으며 중국도 "일정 정도 (탕감) 의향을 시사했다"고 분석했다.

롬바르디아은행의 이호민 아시아 담당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이 결국에는 일대일로 참가국의 채무 상환을 재조정하거나 탕감하는 쪽으로 조정하게 될 것으로 예측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