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장객 제한·시간 분산·대기자 간격 두기 등 엄격한 기준 준수
코로나19 재확산 우려 다시 고개…정상화와 방역 균형 유지 '난제'
[르포] 상하이 디즈니 세계 첫 재개장…'방역 모범' 선전 효과도

"연간 회원권을 사서 한 달에 한두 번은 꼭 놀러 왔는데 이렇게 다시 올 수 있게 돼 너무 기대돼요.

세계에서 유일하게 문을 연 디즈니랜드잖아요.

"
일본 교복풍 치마옷을 입고 친구와 함께 상하이 디즈니랜드 정문에서 입장을 기다리던 왕(23)씨는 상기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영업을 중단했던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다시 문을 연 11일, 이른 오전부터 재개장을 기다리던 관람객들이 속속 모여들었다.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코로나19 발원지인 우한(武漢)이 전격적으로 봉쇄된 직후인 지난 1월 25일 당국의 지시로 운영을 중단했다.

중국의 코로나19 방역 상황 호전에 따라 3개월여 만에 다시 문을 열고 고객들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다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여전히 잦아들지 않은 가운데 디즈니랜드 측은 방역 수위를 크게 높인 채 다시 문을 열었다.

우선 디즈니랜드는 당분간 일일 최대 입장객 8만명의 20% 이내 규모에서 입장권을 판매한다.

중국 당국이 30% 이내 기준을 요구했지만 디즈니랜드는 자체적으로 더욱 엄격한 기준을 우선 적용키로 했다.

입장권 판매량이 제한된 탓에 지난 8일 온라인에서 입장권 판매가 시작되자 불과 한 시간 만에 재개장일로부터 1주일 입장권이 매진됐다.

입장권을 산 고객도 아무 때나 입장하는 것이 아니다.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당일 입장 시간대를 선택해 예약해야 한다.

정문을 통과하기 전에는 먼저 적외선 카메라로 체온을 자동 측정해 발열자를 식별하는 천막을 통과해야 한다.

여기 컴퓨터 모니터 위에는 이곳을 지나는 사람의 얼굴 위로 체온을 가리키는 숫자가 표시되어 있었다.

입장 대기자 간의 간격을 벌려 놓기 위해 정문 앞 입장 통로의 바닥에는 약 1m 간격으로 바닥에 발자국 표시가 되어 있어 눈길을 끌었다.

주변에는 '사회적 거리'를 유지해달라는 안내판을 든 직원들이 여럿 서 있었다.

[르포] 상하이 디즈니 세계 첫 재개장…'방역 모범' 선전 효과도

디즈니랜드 안의 각 놀이기구 앞의 줄 서는 곳도 마찬가지였다.

관람객들의 간격을 떼어 놓으려고 난간에 일정 간격으로 서는 곳을 표시하는 노란색 테이프가 붙어 있었다.

이처럼 전체 입장객 제한, 입장 시간 분산, 대기 중 간격 두기를 하면서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수 만명의 인파로 늘 북적이던 평소와 달리 한산하게 느껴졌다.

또 디즈니랜드 측은 모든 관람객이 식사 때를 제외하고는 내부에서 계속 마스크를 쓰도록 요구했다.

실제로 마스크를 쓰지 않고 벗어버린 사람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디즈니랜드 측은 사람들이 밀집하는 것을 막고자 당분간 퍼레이드 공연을 하지 않는다.

겨울왕국 뮤지컬 등 실내극장 공연도 당분간 열리지 않는다.

월트 디즈니사에 상하이 디즈니랜드 재개장은 가뭄에 단비 같은 일이다.

코로나19로 월트디즈니는 핵심 사업 분야인 영화 부문과 놀이동산 부문에서 큰 타격을 입었다.

미국, 유럽, 일본, 홍콩의 디즈니랜드는 계속 문을 닫고 있어 상하이 디즈니랜드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문을 곳이 됐다.

월트디즈니의 올해 1분기 순익은 작년 같은 기간의 10% 수준으로 쪼그라들었고 전 세계 직원의 절반가량이 무급휴직을 하고 있다.

석 달 넘게 일을 하지 못하다가 직장에 돌아온 상하이 디즈니랜드 직원들은 기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입장하는 관람객들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고 있던 직원 장(張)씨는 "다시 찾아오는 고객들이나 우리 고객들 모두에게 너무나 기쁜 날"이라고 말했다.

중국에서도 하루 수 만명의 인파가 몰리는 초대형 테마파크인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재개장은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사회경제가 높은 수준으로 정상화되었음을 상징하는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르포] 상하이 디즈니 세계 첫 재개장…'방역 모범' 선전 효과도

지난 3월부터 코로나19 확산세가 완연하게 꺾이면서 중국은 빠르게 사회경제 정상화를 추진했다.

이에 따라 대부분 기업이 다시 운영을 정상화하고 쇼핑몰과 할인마트 등 상점들도 일제히 다시 문을 열었지만, 디즈니랜드와 같은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초대형 테마파크, 영화관, 학교는 마지막까지 정상화가 미뤄졌다.

'외부 유입'을 제외하고 중국 내부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신규 환자가 급속히 줄어들자 최근 들어 중국의 각급 학교들은 당국의 지침에 따라 순차적으로 개학 중이다.

또 이번에 상하이 디즈니랜드가 다시 문을 연 가운데 중국 국무원은 최근 영화관 재개관 허용 방침까지 발표했다.

이런 변화는 중국이 안팎에 코로나19와 전쟁에서 승리했음을 선언하려는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개최를 얼마 앞두고 나타났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세계 디즈니랜드 중 유일하게 문을 연 상하이 디즈니랜드의 재개장 사례를 자국의 방역 성과를 홍보하는 계기로 적극적으로 활용하려는 모습이다.

디즈니랜드가 자국과 심각한 갈등 중인 미국 기업임에도 중국 관영 매체들은 이날 디즈니랜드 재개장을 대대적으로 보도 중이다.

세계가 코로나19 대유행으로 극도로 혼란스러운 와중에 중국이 다른 곳에 앞서 빠르게 사회 정상화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은 미흡한 초기 대처로 한때 곤란한 처지에 내몰렸던 중국 지도부에도 큰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은 지난 8일 간담회에서 "코로나19 대응이 중국의 공산당 지도부와 사회주의 제도, 국가 통치 체계의 우월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주장했다.

[르포] 상하이 디즈니 세계 첫 재개장…'방역 모범' 선전 효과도

보통의 중국인들도 코로나19 사태 초기 때까지만 해도 정부의 대처에 불만을 갖는 이들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중국의 사정이 크게 나아진 가운데 미국·유럽이 코로나19 피해 중심지가 된 지금은 강력한 행정력을 동원한 자국 정부의 대처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디즈니랜드의 상징인 미키마우스 귀 모양 머리띠를 머리에 낀 대학생 천모(21)씨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처 결과에 크게 만족한다"며 "다른 나라들은 이렇게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중국에서도 언제 코로나19가 다시 퍼질 수 있다는 우려는 여전히 큰 편이다.

특히 이달 초 닷새간의 노동절 연휴를 계기로 중국 전역에서 여행 등 인구 이동이 급증하면서 잠잠하던 코로나19 신규 확진 환자 발생도 다시 늘어나는 추세여서 긴장감도 다시 커지고 있다.

특히 지린성 수란(舒蘭)시에서는 최근 집단 감염이 발생해 과거 우한(武漢)이 그랬던 것처럼 도시 전체가 봉쇄됐다.

지린성과 인접한 랴오닝성에서도 수란의 집단감염과 연관된 환자가 나오는 등 상황이 나빠지고 있다.

또 코로나19의 진원지였던 우한에서도 36일 만에 새로 확진 환자가 발생한 점도 긴장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코로나19로 심각한 타격을 받은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경제·사회를 빠른 속도로 정상화해야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방지 역시 중요해 중국 당국은 상충하는 두 정책 목표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난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1분기 경제성장률은 -6.8%를 기록했다.

중국이 마이너스 경제 성장을 경험한 것은 문화대혁명 마지막 해인 1976년 이후 근 반세기 만에 처음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중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2%로 내렸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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