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신종 코로나바일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 초기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에게 사람 간 전염 경고와 국제비상사태 선포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다고 독일 주간지 슈피겔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슈피겔은 독일 해외정보기관인 연방정보부(BND)를 인용해 시 주석이 지난 1월21일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이같이 요청했다고 했다. BND는 이 때문에 전 세계가 코로나19와 싸울 수 있는 시간을 4~6주 낭비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1월21일은 미국에서 우한을 다녀온 남성이 첫 확진을 받은 시점이다. 하루 전인 1월20일에는 우한 외의 중국 지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발생했고 한국에서도 첫 환자가 나왔다.

그런데 WHO는 1월23일 코로나19 관련 긴급위원회에서 "국제적인 공중보건 비상사태를 선포하기가 아직 이르다"는 결론을 내렸다. 테워드로스 사무총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을 두둔하는 발언을 지속해왔다.

WHO는 1월30일에서야 국제비상사태를 선언했다. 팬데믹 공표는 그보다 더 늦은 3월12일에서야 했다. 최근까지 마스크를 착용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을 지속하는 등 혼란을 야기해 전염병 확산 사태에서 제 역할을 못 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WHO는 즉각 성명을 내고 슈피겔의 기사를 부인했다. WHO는 "1월21일 시 주석과 거브러여수스 총장이 대화를 나누지도 전화통화를 하지도 않았다"며 "부정확한 기사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종식시키려는 WHO와 전세계의 노력에 방해가 된다”고 주장했다.

슈피겔은 이번 기사에서 중국이 코로나19 발병 초기 내부에서 정보가 새 나가지 않도록 검열하고, 팬데믹 이후 경제적 관계 및 지원을 빌미로 해외에서의 비판을 입막음하려 한다며 부정적으로 바라봤다. 그런데도 독일 정부는 중국으로부터 코로나19 보호 장비를 수입하기 위해 중국과의 갈등이 확대하기를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