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트럼프 행정부, 인텔·TSMC와 공장건설 논의"
삼성 오스틴 시스템반도체 공장 확장에도 관심
애플·인텔·퀄컴 등 비메모리 공급망 혼란 차단

해외 첨단산업 유치 노리는 韓정부 전략 차질 우려
美 "반도체 자급할 것"…TSMC·삼성전자 공장 확대 추진

미국 정부가 반도체 자급을 추진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등으로 인한 공급망 혼란을 막기 위해 한국 대만 등 아시아에 대한 반도체 의존도를 줄이려는 것이다. 삼성전자, 대만 TSMC 등의 공장을 미국으로 불러들이려는 계획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 기업의 유턴을 촉진하고 해외 첨단산업을 유치하겠다는 한국 정부의 전략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10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와 인텔 등 미국 반도체 회사들은 미국에 신규 반도체 공장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핵심 부품인 반도체를 아시아에 의존하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 계획이 성공할 경우 지난 수십 년간 아시아로 몰려간 미국 기업들의 첨단 공장이 유턴하면서 미국 산업의 지형이 바뀔 것이란 전망이다.
美 "반도체 자급할 것"…TSMC·삼성전자 공장 확대 추진

WSJ는 “코로나19의 대유행은 공급망을 보호해야 한다는 미국 정부 및 기업들의 오래된 우려를 재부각시켰다”고 지적했다.

트럼프 행정부가 최우선적으로 미국에 유치하려는 것은 TSMC의 공장이다. TSMC는 반도체 파운드리(수탁 생산) 기업으로 애플 퀄컴 엔비디아 등 수많은 미국 기업들의 주문을 받아 시스템반도체를 제조하고 있다. 세계 파운드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현재 10나노미터 이하의 첨단 반도체 기술을 가진 세 곳(삼성전자, TSMC, 인텔) 중 하나다.

WSJ는 이 사안에 정통한 사람들을 인용해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은 인텔 및 TSMC와 미국에 신규 공장을 짓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그렉 슬레이터 인텔 정책·기술담당 부사장은 “우리는 이 문제를 매우 진지하게 생각하며 좋은 기회라고 본다”고 말했다. 슬레이터 부사장은 인텔의 계획은 정부와 다른 고객사에 첨단 반도체를 안전하게 제공할 수 있는 공장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WSJ는 TSMC가 미 국방부·상무부, 최대 고객인 애플 등과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건설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TSMC는 성명서에서 “해외 공장 건설 가능성은 열려 있다”며 “미국을 포함한 모든 지역을 평가하고 있지만 아직 구체적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미국 관료들은 삼성전자의 미국 공장 확장에도 관심을 표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텍사스 오스틴에 시스템반도체 공장을 갖고 있다. 미 고위 관료는 “정부는 미국의 지속적 기술 리더십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미국 기업뿐 아니라 해외 동맹국 및 그들의 기업 등과 연구개발, 제조, 공급망 관리, 인력 개발 등을 조율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밥 스완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4월 28일 국방부에 ‘파운드리 공장을 건설할 준비가 돼 있다’는 편지를 보냈다. 스완 CEO는 서한에서 “현재의 지정학적 불확실성을 감안할 때 미국의 국내 생산을 강화하고 기술 리더십을 확보하는 것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광범위한 반도체 공급을 위해 미국에 파운드리 공장을 운영하는 게 미국과 인텔의 최선의 이익이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미국 내 반도체 공장 설립 논의는 상당 시간 진행돼 왔지만, 최근 코로나19로 아시아 공급망의 취약성 우려가 불거지면서 가속화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대만과 중국, 한국은 미국의 디지털 경제의 삼각 의존 축”이라며 “미국이 이런 상황을 풀어내기 위해 산업 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결론지었다.

WSJ는 “미 행정부가 코로나19 관련 부양책을 통해 미국 반도체 업체들에 우선순위로 지원할 수 있는 방안도 업계 일부에서 나온다”고 보도했다. 미 반도체산업협회는 미국 내 반도체 생산을 위해 미국 정부가 수백억달러를 투자하는 방안을 다룬 연구를 하고 있다.

존 뉴퍼 반도체산업협회 회장은 “반도체는 미국의 경제력과 국가 안보의 근간이기 때문에 국내 반도체 생산에 더 많은 투자를 해야 한다”며 “중국과 다른 나라들은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중국, 대만, 싱가포르, 이스라엘 등은 자체 반도체 공장 설립 비용을 지원하고 장비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등 많은 재정 지원을 하고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 계획을 통해 반도체산업 국산화에 수백조원을 투자하고 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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