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자동차 업체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본사를 미국 캘리포니아가 아니라 다른 주(州)로 옮기겠다고 폭탄선언을 했다. 지방정부를 상대로 소송도 제기했다. 미국 대부분 지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봉쇄령이 완화되고 있는데도 테슬라 공장이 있는 앨러미더 카운티가 공장 재가동을 막자 맞불을 놓은 것이다. 미국 기업들이 사업 정상화에 시동을 걸고 있지만 테슬라처럼 규제당국이 제동을 거는 등 경제활동 재개를 둘러싼 논란은 확산될 전망이다.

“어떻게 이런 대접을” 격노한 기업인

테슬라 공장 재가동 막히자…머스크 "캘리포니아 본사 옮기겠다"
머스크는 9일(현지시간) 자신의 트위터에 “이번 일(공장 재가동 불허)은 최후의 결정타였다”며 “테슬라는 본부와 미래 사업을 텍사스나 네바다로 즉각 옮길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프리먼트 공장의 생산을 유지할지는 앞으로 테슬라가 어떤 대접을 받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테슬라는 캘리포니아에 남은 마지막 자동차업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해 이날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에 앨러미더 카운티를 상대로 소송도 냈다. 그는 “앨러미더 카운티에서 1시간 거리에 있는 샌와킨 카운티의 주물 생산공장은 가동 중”이라며 “근처에 있는 2개의 테슬라 시설이 이렇게 다른 대접을 받아야 할 근거가 없다”고 주장했다.

캘리포니아주 앨러미더 카운티의 프리먼트에 있는 테슬라 공장은 주정부가 봉쇄령을 내리면서 지난 3월 23일부터 생산을 중단했다. 지난 8일 캘리포니아주가 일부 소매점의 영업 재개를 허용하자 머스크는 7일 밤 직원들에게 이메일을 보내 “일정을 앞당겨 내일 오후부터 조업을 일부 재개하겠다”고 통보했다. 하지만 앨러미더 카운티가 이를 제지했다. 에리카 팬 보건국장 대행은 “봉쇄 조치를 시행 중이기 때문에 테슬라는 생산을 재개해도 좋다는 승인을 받은 게 아니다”고 했다. 그러자 머스크는 “선출되지 않은 무식한 보건국장 대행이 헌법적 자유를 거슬러 행동한다”고 극언을 퍼부었다.

릴리 메이 프리먼트 시장은 조업 재개 허용에 대해 기업들과 다시 협력하겠다며 “봉쇄령으로 인해 지역경제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고 있다”고 한 발 물러섰다.

봉쇄로 고조되는 기업과 당국 갈등

봉쇄 조치를 둘러싼 테슬라와 당국 간 갈등은 심화하고 있다. 앞서 테슬라는 프리먼트 공장을 봉쇄령의 예외 사업장으로 지정하는 문제를 놓고도 당국과 신경전을 벌인 바 있다. 머스크는 최근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에선 “봉쇄령 때문에 프리먼트 공장이 겪는 문제는 우리와 협력업체뿐 아니라 미국의 많은 기업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라며 “파시즘과 다를 바 없는 끔찍하고 잘못된 방식”이라고 맹비난했다. 테슬라는 봉쇄 조치로 원자재를 공급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블룸버그가 전했다.

테슬라가 본사를 옮기겠다고 공표한 텍사스와 네바다주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근 텍사스는 50개 주 가운데 최초로 봉쇄령을 해제하고 경제활동 재개 방침을 밝혔다. 텍사스는 주 법인세와 개인소득세가 없는 데다 환경 등 각종 규제가 다른 주보다 느슨하다. 미국 최초로 자율주행차용 특별 규정을 마련한 네바다 역시 기업하기 좋은 곳으로 꼽힌다. 반면 캘리포니아는 법인세율이 미국에서 가장 높고 기업 활동에 대한 잣대가 엄격한 편이다.

애플·스타벅스…기지개 켜는 기업

미국 경제계가 테슬라의 행보를 주목하는 가운데 다양한 업종의 기업들이 정상화에 시동을 걸고 있다. 애플은 이번주부터 아이다호 등 일부 주에서 애플스토어 매장을 연다.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은 다음달부터 사무실 운영을 정상화할 계획이다. 스타벅스는 접촉 없는 음료수 픽업 등 새로운 방침을 도입해 이번주 미국 매장의 85%를 재개장한다. 갭은 북미 전체 매장 2750여 곳 중 800곳을 이달 중 열고, 노드스트롬 역시 일부 매장을 단계적으로 재개장할 예정이다.

주 정부들이 하나둘 경제 재개에 나서면서 이번 주말까지 47개 주가 봉쇄 조치를 완화할 예정이다. 하지만 여론이 경제 활동 재개를 우려하는 등 온도차는 여전하다. 여론조사업체 퓨리서치센터는 68%의 미국인이 ‘자신이 사는 주가 너무 일찍 재가동한다’고 응답했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이날 내놨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