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북중 접경' 고속철 건설…'김정은 역점사업' 삼지연 연계가능
"美 의식해 점진적 확대 가능성…일정기간 지나야 구체화할 것" 관측도
[특파원 시선] 윤곽 드러내는 북-중 '백두산 관광협력' 밑그림
해마다 100만명 규모의 중국인이 고속철을 타고 백두산 부근에 도착, 육로로 북한에 들어가 북한 쪽 백두산과 삼지연을 관광하는 일이 생길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건강이상설 등이 올 상반기 한반도 이슈를 집어삼킨 가운데, 물밑에서는 백두산을 매개로 한 북한과 중국의 관광협력 분위기가 포착되고 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제재에 맞서 '정면 돌파전'을 강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는데, 제재에서 한발 비켜서 있는 관광분야를 통한 외화획득이 정면돌파 시도의 한 축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그중에서도 백두산 부근 삼지연은 김정은 위원장이 집권 후 가장 많이 방문한 경제시찰지로 꼽힐 정도로 공을 들이는 곳이다.

이른바 '백두혈통'의 성지인 삼지연은 체제 우월성 홍보 등을 위해 재개발을 추진하는 곳으로, 스키장·스파·호텔을 갖춘 현대적인 복합리조트건설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북중이 지난해 6월 평양 정상회담에서 관광분야 교류협력을 강화하기로 한 뒤 북한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늘었지만, 기존 시설로는 대규모 인원 수용에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때문에 북한은 삼지연 등 새로운 관광지 개발에 주력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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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가운데 향후 중국 관광객이 어떻게 삼지연으로 유입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중국 국무원은 지린성 옌볜(延邊) 조선족자치주 안투(安圖)현에 있는 솽무펑(雙目峰·쌍목봉) 도로 통상구(口岸·세관)의 정식 대외개방을 승인했다고 현지매체 안투 라디오·텔레비전방송이 지난 1월 보도했다.

솽무펑은 북한 삼지연과 35km, 중국 측 백두산 북쪽풍경구(北坡)와 20km 정도 떨어진 곳에 있으며, 2016년부터 이곳을 통해 북한으로 들어가 백두산 동쪽(東坡)을 관광하는 식으로 임시 운영돼왔다.

안투 라디오·텔레비전방송은 "솽무펑 통상구 대외개방이 정식허가된 만큼 북한 접경지역 관광도 크게 추진될 것"이라면서 "고속도로와 고속철도가 모두 개통하면 (중국측) 백두산을 찾는 관광객이 매년 1천만명을 돌파할 수 있다고 한다"고 전했다.

이어서 현재의 중국측 관광지만으로는 이들을 다 수용할 수 없다면서 "솽무펑 통상구를 통해 해외(북한)로 가는 여행객이 매년 100만명을 가볍게 넘길 것이라고 한다"고 밝혔다.

이 매체가 언급한 고속철도 노선은 중국 경제계획 총괄부처인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가 지난해 말 승인한 '선양(瀋陽)-바이허(白河) 구간'으로, 북중 접경을 따라가며 백두산 인근을 지난다.

4년반 동안 722억9천100만 위안(약 12조4천여억원)을 투입하는 공사가 끝나면 고속철이 시속 350km로 운행할 수 있다.

또 지린성 옌지(延吉)에서 백두산까지 2시간반 만에 갈 수 있는 고속도로 등도 건설 중이다.

백두산에 대한 접근성이 대폭 개선되고 관광객이 늘어나면, 이 중 일부가 북한으로도 유입되도록 하겠다는 게 중국 측 구상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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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투현 정부는 3월 삼지연과의 연계 개발과 관련해 '솽무펑 국제관광 경제무역 합작구 전략산업 공간계획 및 실행 가능성' 연구용역 입찰공고를 냈다.

한 업체가 지난달 370만 위안(약 6억3천만원)에 이 사업을 낙찰해 8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인데, 아직은 연구단계인 장기 프로젝트지만 향후 중국 측이 상당한 금액을 투자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코로나19 여파로 지연 가능성이 있지만, 북한도 삼지연 3단계 공사를 노동당 창당 75주년인 오는 10월까지 앞당겨 완공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추이원(崔文) 옌볜대 경제관리학원 교수는 2월 중국 외교부 주관매체인 '세계지식'에 발표한 글을 통해 삼지연 건설과 북중간 국제여행이 연계 발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지난해 말) 삼지연 2단계 프로젝트가 완공된 만큼 삼지연 주변지역에서 북중 관광협력이 전면적으로 전개될 것"이라면서 "대규모 발전은 북중 양국에 특별한 의의가 있을 것"이라고 봤다.

지린성 안투와 허룽(和龍)도 '빈곤 탈피'를 위해 관광산업이 필요한 만큼 북중이 백두산 개발에 협력할 유인은 충분하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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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상 칭다오(靑島)대 국제관계학원 객좌교수는 "솽무펑을 통한 백두산 관광이 상시화하면 새로운 북중 관광노선이 될 수 있다"면서 "국무원 허가를 받아 추진되는 만큼 변경지역 개발전략 중 하나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도 "중국이 북한과 관광교류 시 미국 등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만큼, 지역주민을 중심으로 한 소규모 관광에서부터 점진적으로 확대하는 식이 될 것"이라면서 "일정한 시간이 지나야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신냉전'이라 불릴 정도로 미중 대립이 격해지는 상황에서, 중국이 북한이라는 지렛대를 적극 쓰려고 할 경우 고속철 완공 후 백두산 관광을 둘러싸고 미중간 신경전이 펼쳐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보인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