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전기자동차 업체 비야디가 생산한 마스크에 로고가 새겨져 있다. /BYD
중국 전기자동차 업체 비야디가 생산한 마스크에 로고가 새겨져 있다. /BYD
중국 최대 전기자동차 업체 비야디(BYD)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실적 부진을 마스크 판매로 메우고 있다. 중국 내 코로나19 확산과 정부의 보조금 축소로 주력 분야인 전기차 및 리튬 배터리 판매가 대폭 줄어든 반면 해외 수요가 커진 마스크 수출액은 급증하고 있다.

비야디는 중국에서 코로나19 공포가 확산하며 마스크 품귀 현상이 심화하자 지난 2월 마스크 생산에 뛰어들었다. 광둥성 선전에 있는 전자부품 자회사 공장을 마스크 제조공장으로 바꿔 하루 500만 개의 마스크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이후 수요가 급증하자 생산량을 늘려 현재 하루 2000만 개를 공급하고 있다.

중국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가 한 자릿수로 줄어들자 비야디는 미국과 일본, 이탈리아, 프랑스 등으로 수출을 늘리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다음달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에 N95(지름 0.3㎛ 미세 입자를 95% 이상 걸러주는 제품) 마스크 1억5000만 개와 외과 수술용 마스크 5000만 개를 공급하기로 계약을 맺었다. 계약 규모는 10억달러(약 1조2000억원)에 달한다.

손정의 일본 소프트뱅크 회장도 비야디에 도움을 요청했다. 일본 정부의 무능한 대응을 보다 못한 손 회장은 이달부터 비야디에서 월 3억 개의 마스크를 직접 수입해 일본 의료진에게 나눠주기로 했다. 비야디는 미국과 일본으로의 수출 물량을 맞추기 위해 하루 100만~200만 개를 추가 생산할 계획이다. 중국에선 대만 폭스콘과 미국 제너럴모터스(GM) 등 일부 대기업이 마스크를 제조하고 있지만, 비야디의 수출 물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올 1분기 비야디 실적은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다. 전기차를 비롯한 신에너지차 판매량이 2만2192대로, 작년 1분기 대비 69.7% 줄어든 탓이다. 매출은 196억7800만위안(약 3조39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1% 감소했다.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85.0% 줄어든 1억1300만위안에 그쳤다.

업계에서는 세계 최대 마스크 생산업체로 떠오른 비야디가 마스크 수출을 통해 2분기부터 상당한 이익을 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중신증권은 마스크 사업으로 비야디가 올해 100억위안의 매출과 50억위안의 순이익을 추가로 거둘 것으로 전망했다. 매출은 작년 한 해의 8%에 이르는 규모다. 순이익은 지난해 수치를 뛰어넘는 액수다. 비야디는 지난해 중국 정부의 보조금 삭감 정책에 따른 전기차 판매 부진으로 매출 1277억위안, 순이익 16억위안에 그치는 실적을 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