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기간 황량·적막했던 분위기서 벗어나 다소 활기 띤 모습
보르게세공원도 인파로 북적…마스크 미착용·안전거리는 숙제

[르포] 봉쇄 완화에 '기쁨과 불안' 교차하는 로마의 새 일상

'기쁘면서도 불안한 제한적 일상 복귀'
4일(현지시간)부터 단계적으로 봉쇄조치를 완화하기 시작한 이탈리아 수도 로마의 분위기를 한마디로 요약한 것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최대 피해국 가운데 하나인 이탈리아는 이날부터 대다수 제조업과 도매업, 건설공사 등을 정상화했다.

오랜 '가택 연금' 생활을 끝내고 일터로 돌아간 인원은 440만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전체 6천만 인구 중 7.3% 비중이다.

차를 타고 둘러본 로마의 거리는 다소나마 활기를 찾은 듯한 모습이었다.

테베레 강변을 거닐거나 조깅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

거리에 나온 차량 수도 부쩍 늘었다.

일부 음식점과 카페에도 불이 들어왔다.

문을 열었다는 반가운 '신호'였다.

몇몇 카페에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줄을 서서 들어갈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르포] 봉쇄 완화에 '기쁨과 불안' 교차하는 로마의 새 일상

내달 1일 음식점·카페의 완전한 영업 정상화 전에 이날부터 배달이나 '테이크-아웃' 방식의 영업을 우선 허용한 데 따른 것이다.

사람들이 가게 안에 들어와 앉아있을 수 없도록 의자를 테이블 위에 얹어놓은 카페도 있었다.

아직 일반 상점들이 문을 열지 않아 평일임에도 휴일 같은 분위기이긴 했지만 3월 초 발효된 강력한 봉쇄 조처로 차량 통행과 인적이 완전히 끊겨 황량했던 때와 비교하면 피부로 느껴질 정도의 변화였다.

420만 로마 시민의 휴식 공간인 '보르게세 공원'을 가봤다.

기대 이상으로 많은 사람이 나와 '자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지난 3월 21일 일제히 폐쇄된 전국 모든 공원이 이날 재개방되면서 보르게세 공원도 44일 만에 다시 문을 열었다.

[르포] 봉쇄 완화에 '기쁨과 불안' 교차하는 로마의 새 일상

어린아이들을 데리고 산책 나온 가족 단위 시민들과 연인들이 많았고 혼자서 산책 또는 조깅을 하는 시민들도 잇따라 눈에 들어왔다.

마스크를 쓴 사람들의 표정을 자세히 읽기는 어려웠지만, 2개월간의 자가격리에서 드디어 벗어났다는 기쁨과 홀가분함이 묻어 나오는듯했다.

유럽에서도 가장 긴 시간, 가장 강력한 봉쇄 조처를 견딘 이들이었다.

갑자기 사람이 불어난 데 놀란듯한 한 행인은 현장에 있던 경찰관에게 다가가 '오늘 공원 봉쇄가 풀렸냐'고 묻기도 했다.

마스크 착용률은 꽤 높았다.

마스크를 아예 갖고 나오지 않았거나 쓰지 않고 손에 들고 있는 사람들도 일부 있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초기와 비교하면 상당한 인식 개선이 이뤄진 듯했다.

이탈리아는 다른 유럽 국가와 마찬가지로 부분적 봉쇄 완화를 하면서 마스크 착용을 전면적으로 의무화하지 않았다.

1m의 안전거리를 유지하기 어려운 장소, 밀폐된 장소, 대중교통 등에서만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하고 있다.

[르포] 봉쇄 완화에 '기쁨과 불안' 교차하는 로마의 새 일상

다만, 마음이 조마조마해지는 아슬아슬한 장면도 여럿 목격됐다.

보르게세 공원의 대표 명소인 판초 언덕에는 이날도 몇몇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유서 깊은 포폴로 광장을 굽어보는 이 언덕의 전망대에선 로마 시내와 멀리 바티칸 성베드로대성당까지 한눈에 조망할 수 있어 평소에도 수많은 관광객이 찾는다.

이날은 관광객 대신 로마 시민들이 공간을 차지하고 있었고 그 수도 평소와는 비교하기 어려울 정도로 적었지만, 안전거리는 유지되기 힘든 상황이었다.

불과 몇 m 떨어진 곳에 경찰 차량이 두 대나 있었지만, 어느 경관도 나와서 제지하지 않았다.

잠깐씩 주변을 둘러보는 게 전부였다.

공원 내부 인도도 많은 인파로 채워지면서 정부가 권장하는 최소 1m 이상의 안전거리를 항상 확보하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사람들은 길을 걷거나 뛰면서 자주 타인과 협소한 공간에서 마주해야 했고, 불안한 나머지 누구랄 것 없이 먼저 길을 우회했다.

[르포] 봉쇄 완화에 '기쁨과 불안' 교차하는 로마의 새 일상

삼삼오오 모여 서서 얘기를 나누는 사람들의 무리도 일부 눈에 띄었다.

보르게세 공원에서 정부의 단계적 봉쇄 완화 정책을 바라보는 로마 시민의 감정을 간접 경험 하는 듯했다.

그들은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물리적 공간이 한층 넓어진 데 대해 기뻐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벌써 이래도 되는 건지 걱정스러울 터였다.

로마는 차분하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오는 18일 일반 상점이 문을 열고 내달 1일 음식점과 카페 등의 영업이 정상화하면 일상으로 회귀하는 속도도 한층 빨라질 것이다.

하지만 그 일상은 코로나19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일상일 것이라는 게 명확해 보인다.

4일 현재 이탈리아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21만1천938명으로 미국, 스페인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여전히 하루 1천∼2천명대의 신규 확진자가 나오고 있다.

5천∼6천여명의 확진자가 쏟아져나오던 절정기와 비교하면 크게 줄었지만, 여전히 적지 않은 수다.

사망자 규모는 2만9천79명으로 미국에 이어 두 번째다.

유럽에서는 최대 규모의 사망자 수다.

[르포] 봉쇄 완화에 '기쁨과 불안' 교차하는 로마의 새 일상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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