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재무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를 완화하기 위해 올 2분기에만 3조달러의 빚을 낼 계획이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이번 분기에 총 2조9990억달러(약 3675조원)를 차입할 예정이다. 역대 분기를 통틀어 최대 규모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 분기 기록의 다섯 배를 넘는다.

올 1분기 중 4770억달러를 차입한 미 재무부는 3분기엔 6770억달러를 추가로 빌릴 예정이다. 미 재무부의 작년 순차입액이 1조2800억달러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도 안 돼 차입액이 세 배 이상 급증하는 셈이다.

봉쇄 조치 후 경제활동이 사실상 멈춰 있는 미국에서 연방 정부는 대규모 경기부양책을 가동하고 있다. 경기부양을 위한 예산만 연간 국내총생산(GDP)의 14%에 달한다는 게 WSJ의 분석이다.

미국에서 국가 채무가 급속히 불어나고 있어 추후 경제 성장의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의회예산국은 올해 미 재정 적자가 3조700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다. 이미 GDP 대비 100%를 넘어선 국가 채무 비율도 더 치솟을 것이란 계산이다.

재정이 바닥을 드러내는 건 주정부도 마찬가지다. 미국 50개 주 중에서 비교적 부유한 캘리포니아주는 3억4800만달러(약 4265억원)의 연방 기금을 차입했다고 이날 발표했다.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폭증하면서 자금난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연방 정부에서 돈을 빌린 건 캘리포니아주가 최초다. 캘리포니아주가 실업수당 용도로 연방 정부에서 빌릴 수 있는 돈은 100억달러가 한도다. 일리노이주(한도 126억달러) 코네티컷주(11억달러) 등도 실업보험 기금 확충 목적으로 연방 정부에서 자금을 차입하기로 했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