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인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기업인 퀴비(Quibi)를 상대로 한 소송전에 뛰어들었다. 최근 일본의 소프트뱅크, 미국 트위터를 공격했던 엘리엇이 이번에는 소송전에 ‘베팅’했다는 평가다. 물론 엘리엇의 최종 노림수는 지분 확보에 있다는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인터랙티브 비디오 회사인 에코(Eko)가 퀴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 필요한 자금을 엘리엇이 조달해주기로 했다고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에코는 퀴비가 자사의 특허를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하며 지난 3월 소송을 제기했다. 이 소송의 쟁점은 퀴비가 핵심 경쟁력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턴스타일’ 기술이다. 이 기술을 활용해 퀴비는 사용자가 휴대전화를 들고 있는 방향에 맞춰 동영상을 가로 또는 세로 형태로 제공하고 있다.



월가에서는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이번 소송 투자를 통해 에코 지분 확보를 노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엘리엇 매니지먼트의 창립자인 폴 싱어는 에코가 설립된 이스라엘 현지 업계 및 에코 투자자들과의 관계로 이번 소송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엘리엇이 투자할 자금이 얼마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퀴비는 드림웍스의 공동 설립자이자 월트 디즈니 회장을 역임했던 제프리 카젠버그가 설립한 회사다. 짧은 동영상을 제공하는 ‘숏폼 콘텐츠’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중국 틱톡의 경쟁자로 떠올랐다.

WSJ는 이번 건을 월가와 할리우드 거물의 충돌이라고 평가했다. 엘리엇은 각국의 여러 기업에 투자한 다음 고배당 등 주주환원책을 요구하면서 여러 소송전을 겪어왔다. 그러나 상대인 퀴비의 제프리 카젠버그도 이런 점에서는 만만찮은 상대이기 때문이다. 카젠버그는 한때 재직했던 디즈니와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애니메이션 수익 분배를 놓고 소송을 벌인 전력이 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