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맞서기 위해 하나로 뭉쳐야한다고 말한 것을 두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 공화당 소속 대통령을 지냈으면서도 자신의 최대 정치적 위기이던 '우크라이나 스캔들' 탄핵 소추 때 잠자코 있다가 이제와서 초당적 노력을 강조했다는 것이 그 이유다.

3일(현지시간) 정치전문매체 더힐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부시 전 대통령은 이날 공개된 약 3분짜리 영상에서 "우리는 당을 위해 싸우는 전투원이 아니다"며 "우리는 인간이며 신의 시각에서는 똑같이 연약하고 경이로운 존재"라고 말했다.

그는 흑백으로 시작해서 컬러로 바뀌는 배경 설정을 통해 미국인들의 이미지를 이야기하면서 "외모적 차이 때문에 감정적 고립을 발생시키는 것을 허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부시 전 대통령은 "우리는 동정심을 가져야 함은 물론 창의성도 발휘해야 한다"며 "공감과 친절은 미국의 회복에 반드시 필요한 강력한 도구임을 명심하자"고 호소했다.

그는 "미국인 개개인이 느끼는 고통의 정도가 다 똑같지는 않다"며 "노년층, 질환자, 실업자들을 실질적인 방법으로 보살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시 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코로나19의 대유행에 대한 국가의 대응을 놓고 격론을 벌이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부시 대통령 기념관 측이 트위터에 올린 이 영상에 대해 많은 사람이 찬사를 보냈다. 심지어 그가 벌인 이라크 전쟁을 비판하며 그에게 여전히 적대적인 일부 비평가들까지도 그의 메시지에 공감을 나타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윗에 폭스뉴스 앵커인 피트 헥세스가 부시 전 대통령에게 "메시지는 감사하다. 그러나 당파주의를 버리라고 요구하던 탄핵 기간 그는 어디에 있었느냐"고 한 발언을 인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그는 미국 역사상 최대의 거짓말에 맞서 목소리를 높일 때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썼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7월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 때 정적 수사를 압박했다는 혐의로 탄핵 심판을 받았다. 탄핵안은 작년 12월 하원에서 가결됐다가 지난 2월 상원에서 부결됐다. 공화당과 민주당 간 찬반 표결이 확연히 갈린 결과였다.

이 과정에서 부시 전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 탄핵 문제와 관련해 공개적인 언급을 한 차례도 하지 않았다. 또 그와 가족 일부는 트럼프 대통령과 정책에 비판 목소리를 내며 껄끄러운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위기 극복을 위해 전직 대통령의 조언을 구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는 지난달 언론 브리핑에서 관련 질문에 코로나19 대응을 잘하고 있다고 한 뒤 "나는 그들(전직 대통령들)을 방해하거나 괴롭히고 싶지 않다"며 "많은 것을 배울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고 답했다.

강경주 한경닷컴 기자 quraso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