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해외 사이트 5곳을 가짜·위조 상품을 판매하는 곳으로 지정했다.

29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USTR은 이날 아마존의 캐나다와 프랑스, 독일, 인도, 영국 사이트를 '악명 높은 시장'(notorious markets)으로 지정했다. 미 정부가 지정하는 악명 높은 시장은 가짜·위조 상품이나 불법 복제한 해적판 콘텐츠를 판매하는 외국의 온라인·오프라인 장터를 말한다.

USTR은 매년 이런 활동이 의심되는 시장을 지목해 그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아마존 사이트가 여기에 포함된 것은 처음이다. USTR은 미국 기업들의 민원 제기 등으로 바탕으로 이같이 결정했다.

미국 기업들은 소비자들이 누가 아마존 사이트에서 물건을 판매하는지 쉽게 식별할 수 없고, 위조 상품을 아마존 사이트에서 없애는 절차가 번거롭고 오래 걸릴 수 있다고 민원을 제기해왔다. 미국의류신발협회(AAFA)는 지난해 10월 이들 5개 아마존 해외 사이트를 지목해 악명 높은 시장으로 지정해달라고 요청했다.

아마존은 성명을 내고 이번 조치가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사적 보복'이라며 반발했다. 아마존은 "우리는 USTR 보고서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순전히 정치적인 행위는 현 행정부가 아마존에 사적으로 보복하는 또 다른 사례"라고 주장했다. 아마존의 이 같은 주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과 제프 베이조스 최고경영자(CEO)를 자주 비판하고 공격해온 점을 지적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마존은 또 지난해 미 국방부가 추진한 100억달러(약 12조원) 규모의 클라우드 사업인 '합동 방어인프라 사업'(JEDI·제다이) 수주전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에 고배를 마신 뒤 트럼프 대통령의 막후 공격으로 이 사업을 따내지 못했다며 국방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기도 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아마존이 미 정부가 블랙리스트로 지정한 한 중국 기업으로부터 사람 체온을 잴 때 쓰는 열화상 카메라 1500개를 구입했다고 관계자들을 인용해 보도하기도 했다.

아마존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확산으로 직원들의 발열을 점검하기 위해 열화상 카메라를 쓰고 있는데 이를 위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중국 기업과 거래했다는 것이다. 거래액은 1000만달러(약 120억원)에 달했으며 카메라 1500개 중 최소 500개가 아마존이 미국에서 쓰기 위한 것이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아마존에 열화상 카메라를 공급한 기업은 중국 정부가 위구르족과 다른 무슬림 소수민족을 억류하고 감시하도록 도왔다는 혐의로 블랙리스트에 오른 곳이다. 다만 블랙리스트 지정은 미 정부가 계약을 발주하거나 수출할 때만 적용되고 민간 부문의 거래는 규제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계약은 '합법적'이라고 로이터는 설명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