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대도시의 사무실 공실률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기업들의 활동이 크게 위축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중국 기업에서 재택근무나 원격근무가 늘어나는 추세를 감안할 때 당분간 대도시 사무실 공실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29일 부동산 정보제공업체 중국부동산정보그룹(CRIC)에 따르면 올 1분기 베이징과 상하이, 광저우, 선전 등 중국 4대 상업 허브 도시의 사무용 빌딩 공실률은 평균 15%로 집계됐다. 이는 이 회사가 관련 통계를 조사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 수준이라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로 불리는 광둥성 선전시의 사무실 공실률은 1분기 22.3%에 달했다. 선전에서 새로운 산업단지로 떠오른 자유무역구 첸하이는 지구 설립 9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사무실의 절반 이상이 비어 있다. 선전시 정부는 첸하이 사무실 임대료를 50% 가까이 낮추며 기업들의 입주를 장려하고 있지만 별다른 성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기간 중국 금융중심지 상하이의 사무용 빌딩 공실률은 21.1%를 기록했다. 상하이 내에서도 금융회사가 밀집해 있는 루자쭈이 금융지구의 사무실 공실률도 20%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불꺼진 中 대도시…'오피스빌딩 암흑기' 오나
수도 베이징의 오피스 공실률은 이보다 낮은 12.6%였지만 세계 각국의 수도에 비해 두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광둥성 광저우의 사무실 공실률은 4.8%로 다른 세 도시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SCMP는 이들 네 개 도시에서 비어 있는 사무실 면적을 합치면 700만㎡로 중국 본토에서 가장 높은 상하이타워 전체 공간의 12배, 상하이 월드파이낸셜센터의 18배가 넘는 규모라고 전했다.

빈 사무실이 늘어나면서 임대료는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1분기 이들 네 개 도시의 사무실 임대료는 작년 4분기보다 2.5% 내려간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6분기 연속 하락세이자 직전 5분기 동안 2.1% 떨어진 것에 비해 하락 폭이 더 커진 것이다. 베이징에 있는 부동산 연구기관인 차이나인덱스아카데미에 따르면 1분기 중국 15개 주요 도시의 평균 임대료는 전 분기 대비 0.8%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가 진정되더라도 올해 말까지 중국 대도시의 사무실 공실률은 더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영국 부동산 정보업체 나이트 프랭크는 “코로나19 여파로 중국 경제가 갈수록 둔화하고 있는 데다 새로운 물량이 계속 쏟아지고 있어 일부 도시의 공실률은 더 올라갈 수 있다”며 “4대 도시의 임대료도 추가로 3~5% 떨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1분기 이들 네 개 도시에서 공급된 사무실 면적은 44만8000㎡에 달했다.

천펑 CRIC 사무용 빌딩시장 담당자는 “코로나19가 종식되더라도 상당수 기업이 재택근무와 원격근무 체제를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사무실 확장 계획을 연기하거나 취소한 기업도 많아 당분간 공실률은 더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