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 전망치 보면 독일 vs 이탈리아 '극과 극'
피해·봉쇄·금융체질 차이…결국 유럽통합 저해할 수도
코로나19 탓 유럽국가 남북 경제력 격차 커진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유럽 남북의 경제력 격차가 커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남유럽이 창궐로 입은 타격이 더 크고 경제활동 재개의 시기도 늦은 까닭에 경기회복이 지연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남북간 경제력 격차 확대는 장기적으로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의 존립이나 유럽연합(EU)의 단합을 저해하는 요소가 될 것으로 관측되기도 한다.

28일(현지시간)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독일 등 북유럽 국가들이 이탈리아, 스페인 등 남유럽 국가보다 경기침체에서 빨리 회복할 것이라는 점은 기정사실처럼 여겨진다.

일단 두 지역은 경제성장률과 실업률 등 경제지표 전망치에서 명확한 차이를 보인다.

글로벌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의 전날 발표에 따르면 독일의 2021년 4분기 국내총생산(GDP)은 2019년 4분기보다 2.5% 작을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반해 이탈리아와 스페인의 GDP는 같은 기간을 비교할 때 각각 9.2%, 7.7%씩 훨씬 더 큰 폭으로 내려앉을 것으로 진단됐다.

내년 평균 실업률 전망치도 독일은 3.5%로 낮고 양호한 수준에 머물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이탈리아와 스페인은 각각 13%, 17%로 훨씬 높고 위험한 수위로 전망되고 있다.
코로나19 탓 유럽국가 남북 경제력 격차 커진다
이런 차이는 코로나19 확산 차단을 위한 봉쇄 조치의 강도가 지역별로 달랐기 때문이라고 WSJ은 분석했다.

독일 Ifo 경제연구소가 지난주에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최근 들어 독일에서 공장을 폐쇄한 제조업체는 전체의 5분의 1 미만이다.

대다수 공장이 폐쇄된 이탈리아와 스페인에 비하면 경제 활동 재개가 수월할 수밖에 없다.

많은 독일 업체들이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와중에 가동을 지속할 수 있었던 것은 대다수 중형 기업들이 중국에서도 활동하고 있어 코로나19의 독일 내 확산에 미리 대비했기 때문이다.

독일 북서부에 기반한 농업기계 제조업체 클라스(CLAAS)는 독일에서 코로나19 환자가 나오기 전부터 감염병 대응 태스크포스(TF)를 설립, 공장 운영 방안을 논의했다.

이 업체 사장인 토마스 뵈크는 "중국 내 사업 활동을 하며 감염병이 기업 활동과 공급망을 얼마나 빨리 파괴할 수 있는지 봤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런 대처 덕분에 현재 이 업체의 독일 내 공장은 평상시 생산 능력의 70∼80% 수준에서 가동 중이라고 덧붙였다.

팬데믹에 대한 전반적인 대비의 차이는 피해 실태를 보면 드러난다.

국제통계사이트 월드오미터에 따르면 이날 현재 유럽 국가들의 코로나19 확진자를 보면 스페인이 23만2천128명(사망 2만3천822명), 이탈리아가 20만1천505명(2만7천359명)이지만 독일은 15만9천912명(사망 6천314명)으로 피해가 상대적으로 작게 나타난다.

남유럽 국가의 금융 체계가 북유럽에 비해 위기에 취약한 점도 두 지역 간 격차를 벌리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국제통화기금(IMF) 분석에 따르면 남유럽 국가들의 은행 상당수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0년 유로존 재정위기 때 늘어난 부실채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경제 회복에 필요한 자금을 지원하지 못하는 상태이다.
코로나19 탓 유럽국가 남북 경제력 격차 커진다
이탈리아 컨설팅업체인 체르베드그룹은 코로나19 사태로 이탈리아 기업 10만∼14만5천 곳이 유동성 위기를 맞이할 수 있으며, 이는 약 320만명의 근로자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각국 정부의 역량 차이도 남북 격차가 심화할 배경으로 지목된다.

벨기에 싱크탱크인 브뤼헐의 최근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 정부는 코로나19 사태에 대처하기 위해 GDP 대비 22%에 달하는 경기 부양책을 내놓았다.

이는 이탈리아(14%), 스페인, 그리스(이상 3%)보다 정부가 경제 회복을 위해 훨씬 적극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IMF에 따르면 올해 현재 독일은 GDP 대비 국가채무가 68.7%이지만 이탈리아는 155.5%, 스페인은 113.4%에 달해 재정정책 운용의 폭이 훨씬 좁을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WSJ은 이탈리아의 경우 관료주의 때문에 기업과 가구가 정부 지원금을 받기조차 어렵다며 정부 효율성을 문제로 삼기도 했다.

이처럼 여러 복합적 원인으로 유럽 내 남북 격차가 심화하면 장기적으로 유로화의 신용에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

남유럽 국가들이 유로화 가치를 떠받치고, 유럽중앙은행(ECB)이 전체 회원국에 적합한 금리를 설정하기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유럽 단일통화인 유로화는 단일시장, 이동의 자유, 자유 민주주의 가치 공유 등과 더불어 유럽통합을 지탱하는 토대인 만큼 유로화에 대한 신뢰는 EU의 존속 가능성과 함께 거론되는 문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