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사 "니켈 선적 후 갑자기 수출 금지"…선장 측 "회사지시 따랐을 뿐"

인도네시아에 장기간 억류된 한국 선박 4척 가운데 3척은 잇따라 문제를 해결하고, 1척이 아직 남은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특히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1척의 한국인 선장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도 현지 구치소에 두 달 반째 수감돼 있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다.
인니 억류 韓선박 4척 중 3척 해결…팬오션 선장 수감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등에 따르면 올해 1월 11일 나포된 화물선 'CH벨라호'는 이달 10일 풀려났고, 2월 8일 나포된 LPG운반선 '에스제이가스 7호'는 이날 법원에서 벌금형을 선고받고 29일 풀려날 예정이다.

한국 국적선인 두 척 모두 인도네시아 빈탄섬 인근에 닻을 내렸다가 영해 침범 혐의로 인도네시아 해군에 나포돼 바탐섬과 빈탄섬 사이에 묶여 있었다.

CH벨라호에는 한국인 선장·선원 4명, 에스제이가스 7호에는 한국인 선장과 선원 각 1명이 타고 있다.

앞서 한국인 선장·선원 9명을 태운 'DL릴리호'가 작년 10월 9일 같은 지점에서 나포됐다가 100일만인 올해 1월 17일에서야 풀려났다.

이들 한국 선박은 비용 절감 등을 이유로 인도네시아 영해에 닻을 내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인니 억류 韓선박 4척 중 3척 해결…팬오션 선장 수감

인도네시아에 남아 있는 한 척은 팬오션 소속 벌크화물선 팬베고니아(PAN BEGONIA)호이다.

이 선박은 인도네시아에서 수출금지 품목으로 지정된 니켈을 싣고 싱가포르로 향하다 올해 2월 12일 붙잡혔다.

해당 선박은 서류상 파나마 국적이지만, 이는 자금 조달과 세금감면을 위한 해운업계의 관행일 뿐 한국인 선장이 운항하는 한국 선박이다.

한국인 선장 A씨(55)는 인도네시아 당국의 조사를 받던 중 2월 14일 관세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고 17일 구속영장이 발부됐다.

A씨는 이날까지 75일째 싱가포르에 가까운 인도네시아 섬 까리문의 구치소에서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인니 억류 韓선박 4척 중 3척 해결…팬오션 선장 수감

팬베고니아호는 당초 작년 10월 말 용선계약에 따라 술라웨시섬 포말라항에서 니켈을 싣고 출항할 예정이었으나 니켈 광산들이 출항 직전 니켈 원광(nickel ore) 수출 중단 결정을 내리면서 발이 묶였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더는 니켈 원광을 수출하지 않고, 자국 내 제련소에서 직접 제련해 고부가 가치를 창출하겠다며 수출 금지 결정을 내렸다.

팬베고니아호는 용선계약 취소 등 조치를 하지 않고, 포말라항에 계속 머물다 올해 2월 싱가포르로 출항했다가 붙잡혔다.

선사 측은 "니켈 선적을 완료한 상태에서 인도네시아 정부가 사전 고지 없이 갑자기 수출금지를 발표했다"며 "중국의 니켈 구매자와 인도네시아 공급자 간 이해 충돌로 용선계약 취소 등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제해사기구(IMO)가 올해 3월부터 선박 연료유의 황 함유량 상한선을 대폭 강화했다"며 "IMO 규정을 어기면 강력한 제재가 따르기 때문에 싱가포르에 가서 저유황 연료를 싣고 인도네시아로 돌아오려 했다"고 주장했다.

선사 측은 "인도네시아에서는 저유황 연료를 공급받을 수 없었다"며 "싱가포르로 향했던 것은 불가피한 조치였을 뿐 밀수 의도가 없었고, 오히려 인도네시아의 갑작스러운 조치에 피해를 봤다"고 덧붙였다.

선장 A씨의 가족은 "배를 중국인 화물주에 빌려줬어도 운항에 대한 지시는 한국 팬오션에서 내린다"며 "선장은 싱가포르로 가라는 팬오션 법무팀의 지시에 따라 배를 운항하다 붙잡혔다"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인니 억류 韓선박 4척 중 3척 해결…팬오션 선장 수감

인도네시아 당국은 사건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선장 A씨 등을 관세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기겠다는 입장이다.

변창범 주인도네시아 한국대사관 영사는 "3월 초 구치소를 방문해 한국인 선장을 면회하는 등 영사 조력을 제공 중"이라며 "코로나19 사태도 있으니 선장이 구치소가 아닌 배에 머물며 재판받을 수 있게 해달라고 인도네시아 정부를 설득 중"이라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교도소 내 감염이 우려된다며 3만여명을 가석방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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