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대규모 정육 공장들이 폐쇄되면서 북미 지역에 베이컨과 햄 등 고기 부족 사태가 올 것으로 예고된다. 전세계 육류 공급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미 공급망이 흔들리자 고기 가격도 오르고 있다.

미국 최대 육류 가공업체인 타이슨 푸드의 존 타이슨 회장은 지난 26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와 뉴욕타임스에 “육류 공급망이 무너지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전면광고 형식의 호소문을 실었다.

타이슨 회장은 “코로나19로 인해 돼지고기와 소고기, 닭고기 가공공장이 문을 닫았다”면서 “수백만 파운드의 고기가 식품 공급망에서 사라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우리는 먹거리를 공급할 책임이 있고 이는 공중보건만큼 중요하기 때문에 공장은 계속 돌아가야 한다”면서 당국의 대책을 촉구했다.

육류업체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나서 어려움을 호소한 것은 코로나19 때문이다. 타이슨 푸드는 확진자가 나온 아이오와주 워털루의 돈육 가공 공장을 무기한 폐쇄하는 등 경영 차질을 빚고 있다. 공장 문을 닫은 육류회사는 타이슨 푸드 뿐만이 아니다.

세계 1위 돼지고기 생산업체인 스미스필드 푸드는 사우스다코타주 수폴스 공장을 폐쇄했고 JBS와 TSN 등 다른 가공업체도 시설 가동을 멈추고 인력을 감축했다. 35만명이 일하는 이들 공장이 폐쇄되면서 미국의 돼지고기 생산량은 평소의 3분의 1로 줄었다.

육류 가공은 일손이 필요한 노동 집약적 산업이다. 좁은 공간에서 근로자들이 다닥다닥 붙어 작업을 하기 때문에 전염병에 취약하다. 지난달부터 이달 초까지 공장 근로자들 사이에서 코로나19가 빠르게 확산됐지만 타이슨 푸드 등 대부분의 회사가 직원들에게 마스크를 지급하지 않아 직원 보호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국 식품상업노동조합(UFCW)은 코로나19로 사망한 식품가공업 근로자가 10명이 넘으며 수천명이 양성반응을 보이거나 감염 위험에 노출된 것으로 파악했다.

육가공 공장 폐쇄로 공급을 담당하는 사육업체도 직격탄을 맞았다. 동물 납품이 어려워지면서 수백만 마리의 돼지와 소 등이 폐사 위기에 몰렸다. 사육업체들은 매일 51만 마리의 돼지를 베이컨과 햄, 소시지 등의 용도로 도축한다.

하지만 가공시설이 멈추면서 일일 도축량은 5분의 1 수준인 10만5000만 마리로 급감했다. 사육시설이 포화 상태에 이르자 급기야 멀쩡한 돼지를 안락사시키는 농가가 급증하고 있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은 전했다. 미 돼지고기 생산의 3분의 1를 차지하는 아이오와주의 마이크 네이그 농업국장은 “안락사가 곧 미 전역으로 퍼지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정육 공장과 도살장 등 육류 가공시설이 멈추면서 고기 가격은 치솟기 시작했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 소비하는 고기량은 전세계 고기 유통의 65%에 달한다. 미 농무부에 따르면 돼지고기 도매가격은 지난 24일 100파운드당 77.48달러로 이달 초보다 50% 올랐다. 시카고상품거래소의 돈육 선물가는 한 달 전보다 30% 올랐다. 월마트와 코스트코 등은 육류 확보에 비상이 걸렸다.

이런 가운데 식물성 원료로 만든 ‘인공육’이 새로운 대체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닐슨은 지난 11일부터 18일까지 미국 내 식물성 육류대체품의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200%, 지난 두 달 동안 265% 증가했다고 밝혔다.

김정은 기자 likesmile@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