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보잉과 함께 세계 항공기 제조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유럽 에어버스가 대규모 구조조정을 시사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충격으로 현금이 바닥나고 있어서다.

27일 외신에 따르면 기욤 포리 에어버스 최고경영자(CEO)는 임직원에게 발송한 서한에서 “전례 없는 속도로 회사의 현금이 고갈돼 기업 존립 자체가 위태롭다”고 경고했다. 그는 “현금 유출을 줄이고 재무구조를 지키려면 당장 긴급 행동에 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이터통신은 업계 소식통을 인용해 에어버스가 조만간 대규모 구조조정안을 발표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네덜란드에 본사를 두고 있는 이 다국적 기업의 전체 임직원 수는 13만여 명이다. 프랑스 내 직원 3000여 명은 정부 지원을 받아 ‘일시 해고’ 조치된 상태다.

에어버스는 신규 항공기 제작 주문이 뚝 끊기면서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포리 CEO는 “코로나19 이전으로 항공 수요가 돌아가려면 5~10년은 필요하다”고 했다. 이는 시장 예상(3~4년)보다 훨씬 비관적인 전망이다.

경쟁사인 보잉 역시 조만간 1분기 실적 발표와 함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보잉은 최근 브라질 엠브라에르와의 민간항공기 합작법인 설립 계획을 포기했다. 보잉은 엠브라에르가 계약 조건을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업계에선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조치란 해석이 나왔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