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범구 대사, 한국서 면마스크 100장 선물받아 교민·독일인과 나눠
슈뢰더 전총리 부인 김소연·드레스덴 시장 부인 민수연씨 마스크 기부
"교민 나눠주세요"…뮌헨 고교생이 재봉질한 마스크 30장
독일 뮌헨 인근에 사는 교민 유재현 씨는 최근 마스크 30장이 들어있는 소포를 받았다.

뮌헨의 김나지움(고등학교) 졸업반인 한 한국 교민 고교생이 손수 재봉질해 만든 면 마스크였다.

어린이용 마스크도 만드는 세심함을 보였다.

소포에는 독일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한 가운데 마스크를 미처 구하지 못한 교민에게 나눠달라는 내용의 편지가 들어있었다.

이 학생은 지난달 초 코로나19 확산으로 어려움을 겪은 대구·경북 지역의 취약계층을 지원하기 위해 독일 교민이 진행한 모금에 1년 간 과외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모두 성금으로 쾌척했다고 한다.

사연을 전해 듣고 이 학생에게 인터뷰를 간접적으로 요청했지만, '크게 봉사한 것도 아니다'라는 답이 돌아왔다.

코로나19 확산 사태 속에서 독일의 한국 교민 사이에서는 마스크 나눔과 같은 코로나19 사태를 함께 이겨나가려는 작지만 훈훈한 이웃돕기가 잔잔히 이뤄지고 있다.

농부이자 큐레이터인 유재현 씨는 이 학생에게 받은 마스크를 교민에게 나눠줬다.

유 씨는 교민 간호사와 의대생, 통역사 등과 함께 코로나19와 관련한 의료 상담과 통역 지원, 마스크 나눔 활동을 벌이고 있다.

유 씨와 친분이 있는 한 한국인 설치작가는 뮌헨에서 지난달 초 일찌감치 면 마스크를 100여 장을 만들어 다른 교민에게 나눠주고, 감염자와 접촉할 확률이 높은 독일인 약사들에게도 기부했다.
"교민 나눠주세요"…뮌헨 고교생이 재봉질한 마스크 30장
베를린에서 1세대 교민 독거노인을 돕는 단체인 '해로'는 지난달 초 일회용 마스크 1천여장과 손 세정제 30개를 사 교민에게 보냈다.

26일 해로 측에 따르면 정범구 주독 한국대사는 개인적으로 해로에 지난달 일회용 마스크 100장을 보낸 데 이어 최근 면 마스크 20장을 추가로 기부하기도 했다.

이 면 마스크는 6년 전 자원봉사 활동 중 정 대사를 알게 된 광주광역시에 거주하는 한 주부가 12세 아들과 함께 만들어 보낸 100장의 면 마스크 중 일부다.

이 주부는 "정 대사가 독일 교민을 걱정하길래 정말 보잘것없는 실력이지만 마음을 보태고 싶었다"고 편지에 적었다.

정 대사는 면 마스크를 교민뿐 아니라 외교활동 중 만난 현지인 등에게 공공외교 차원에서 나눠주고 있다.

이와 별도로 주독 한국대사관은 일회용 마스크 5천여 장을 고위험군 교민 1천여명에게 고루 배송할 예정이다.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의 부인인 김소연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경제개발공사 한국 대표도 재봉틀로 면 마스크를 만들어 한국 교민에게 나눠주고 있다.

디르크 힐베르트 드레스덴 시장 부인인 소프라노 민수연 씨는 1천 장의 면 마스크를 만들어 시민에게 기부하기로 했다.

우선 72장의 마스크를 만들어 지난 23일 시 의회 회의에 참석한 의원에게 나눴다.

현지 언론은 김 씨와 민 씨의 마스크 나눔 활동을 인터뷰 등을 통해 다뤘다.

자연스럽게 민간외교가 이뤄진 셈이다.

독일의 16개 연방주는 최근 모두 대중교통이나 상점에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했다.

독일의 누적 확진자 수는 15만6천745명으로 이달 초 신규 확진자 수가 7천 명 가까이 치솟은 뒤 감소세를 이어가면서 최근에는 1천∼2천명 대로 줄어들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