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표백제 업자가 백악관에 '훌륭한 해독제' 서한 보낸 후 트럼프 브리핑"
FDA "해당 약물 복용 시 사망할 수도"…판매 금지 조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살균제 인체 주입 검토" 발언이 대혼란을 야기한 가운데, 한 표백제 업자가 몇일 전 백악관에 표백제가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서한을 보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안팎을 뒤집어놓은 트럼프 대통령의 충격적인 발언이 도대체 어디서 기원한 것인지 오리무중인 상황에서 나온 보도다.

트럼프의 "살균제 인체 주입", 사이비에 혹한 결과?
가디언에 따르면 '제네시스Ⅱ'(GenesisⅡ)라는 기업을 이끄는 마크 그레논은 며칠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표백제가 인체의 병원체를 99%까지 박멸할 수 있는 훌륭한 해독제"라며 "신체의 코로나19도 제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플로리다에 위치한 이 단체는 교회라고 하지만 사실 이산화염소(표백제)를 기적의 치료제라며 생산·유통하는 단체라는 게 가디언의 설명이다.

표백제는 섬유 업계 등에서 산업용으로 사용하며 마셨을 경우 치명적인 부작용을 일으킬 수 있다.

그러나 이 단체의 수장을 자칭하는 그레논은 이를 '기적의 미네랄 용액'(MMS·miracle mineral solution)이라고 부르며 암, 말라리라, 에이즈, 자폐증 등 질병의 99%를 치료할 수 있다고 거짓 광고를 하고 있다고 한다.

코로나19 사태 초기부터 이 단체는 MMS가 치료제라며, 이 표백제 3∼6방울을 물에 타 먹으라고 선전했다.

그는 지난 19일 온라인에 공개된 쇼에서 '친애하는 대통령께, 이 편지를 읽기를 기대합니다'라고 시작하는 편지를 보냈다고 공개했다.

그레논은 30명의 다른 지지자들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내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제네시스Ⅱ의 활동을 보호하기 위한 행동에 나서 달라고 촉구했다고 전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날 백악관 코로나19 브리핑에서 살균제를 언급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MMS를 백악관에 보냈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MMS와 이에 대한 모든 정보를 받았다.

신께서 모두가 진실을 알 수 있도록 돕고 계신다"고 주장했다.

트럼프의 "살균제 인체 주입", 사이비에 혹한 결과?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브리핑에서 "살균제가 바이러스를 1분 안에 박멸할 수 있다"고 말해 의학 전문가들이 경악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주사로 (살균제를) 몸 안에 집어넣는 방법 같은 건 없을까? 폐에 들어간다면 어떻게 될지 확인해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은 표백제가 침 속의 바이러스를 5분 안에 죽였고, 살균제는 이보다 더 빨리 바이러스를 잡아냈다는 한 연구 결과를 언급하면서 나왔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의 살균제 발언에 며칠 앞서 미국 정부는 표백제를 코로나19의 치료제로 광고하지 못하도록 했다.

연방 법원은 지난 19일 식품의약국(FDA)의 요구를 받아들여 제네시스Ⅱ가 코로나19의 치료 효과가 검증되지 않고 인체에 해로울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고, MMS가 코로나19를 치료했다고 인터넷에 올린 주장도 삭제토록 했다.

앞서 FDA는 지난해 8월에는 MMS가 메스꺼움, 설사, 탈수 등을 일으켜 사망에도 이를 수 있다며 MMS를 구매하거나 마시지 못하도록 하는 긴급 명령을 내렸다.

가디언은 트럼프 대통령 발언이 그레논의 편지에 영향을 받았는지 백악관에 확인을 요청했으나 입장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가디언은 또한 트럼프 대통령에게 MMS를 기적의 치료제라고 관심을 갖도록 한 다른 인물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보좌관 출신 앨런 키예스 전 대사를 꼽았다.

키예스는 보수 성향의 한 TV 쇼에서 MMS를 기적의 치료제라고 소개했다.

가디언은 키예스가 트럼프 대통령과 MMS에 대해 대화를 나눴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양측 모두 공화당 소속일뿐만 아니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미국 태생이 아니라는 음모론을 믿는다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살균제 발언에 대해 스스로 회의적이라고 얘기했지만 이를 증명할 방법이 없고, 오히려 그 발언을 할 때는 매우 진지해 보였다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