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햄버거 체인 쉐이크쉑 등 미국 일부 대기업이 중소기업 전용 코로나지원금을 받아 논란에 휩싸였다.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란 비판이 커지자 일부 기업은 지원금을 토해냈다.

2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미 언론에 따르면 시가총액이 17억달러에 달하고 7000여 명의 종업원을 거느린 쉐이크쉑은 정부의 ‘급여 보호 프로그램(PPP)’에서 1000만달러를 지원받았다. 미 전역에 400여 개 지점을 둔 샌드위치 체인 폿벨리로는 1000만달러, 150여 개 지점을 거느린 ‘루스 크리스 스테이크하우스’는 2000만달러의 지원금을 따냈다. WSJ는 “한 호텔업자의 경우 여러 계열사를 통해 6000만달러를 지원받았다”고 전했다.

PPP는 미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타격을 받은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마련한 긴급 예산이다. 종업원 500명 이하 기업이 업체당 최대 1000만달러를 2년간 무담보로 빌릴 수 있다. 직원 급여나 임대료 목적으로 쓰면 보조금으로 전환돼 갚지 않아도 된다.

미 정부와 의회는 지난달 말 3차 부양책을 마련하면서 PPP에 3500억달러를 배정했다. 그러면서 두 달가량 중소기업을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 자금은 2주 만에 소진됐다. 코로나19의 충격이 예상보다 컸던 탓이 있지만, 이 과정에서 대기업들이 대거 지원금을 타낸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졌다.

WSJ는 “일부 호텔과 레스토랑이 각 지역 사업장의 종업원이 500명 이하면 지원금을 신청할 수 있다는 점을 이용해 계열사들을 통해 대출받았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사실이 문제가 되자 쉐이크쉑, 루스 크리스 스테이크하우스 등은 받은 지원금을 상환하겠다고 밝혔다.

미 재무부는 이날 대기업의 PPP 대출을 제한하기로 했다. 특히 자본시장에 접근할 수 있는 상장기업은 대출받기 힘들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상장기업들은 5월 7일까지 PPP 지원금을 반납하도록 했다.

미 하원은 이날 본회의에서 PPP 추가 예산 3100억달러를 포함한 총 4840억달러의 4차 부양책을 통과시켰다. 상원은 지난 21일 관련 법안을 처리했다. 이로써 미 의회는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1차 83억달러, 2차 1000억달러, 3차 2조2000억달러에 이어 4차 4840억달러까지 총 2조8000억달러가량의 부양책을 마련했다.

세계 대학 중 가장 많은 총 400억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미 하버드대도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고등교육기관 지원금 900만달러를 받으려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공개 비판에 22일 ‘지원금 포기’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1일 정례 브리핑에서 “정부 지원금은 세계에서 가장 부유한 재단을 위한 것이 아니다”며 “하버드는 지원금을 반환하라”고 압박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