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세계보건기구(WHO)에 3000만달러(약 369억원)를 기부하기로 했다. 중국 편향성 등을 이유로 WHO에 대한 자금 지원을 중단하기로 한 미국을 겨냥한 조치로 해석된다.

화춘잉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3일 트위터에 “중국이 WHO에 3000만달러를 추가 기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처를 지원하기 위해서란 설명이다. 화 대변인은 “지난달에도 WHO에 2000만달러를 기부했다”며 “추가 기부는 개발도상국들의 보건 시스템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 14일 “WHO가 코로나19에 대한 중국의 정보 은폐를 촉진했다”며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시에 WHO에 대한 즉각적인 지원 중단을 지시했다. 미국은 매년 WHO 예산의 약 15%인 4억달러 이상을 부담해온 최대 공여국이다. 반면 중국은 10분의 1 수준인 4000만달러를 부담해왔다.

이에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지원을 끊으면 더 많은 시체 가방을 보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또 일각의 사퇴 요구를 일축하며 “지난 3년간 생명을 구하고 조직을 개혁하기 위해 밤낮으로 일했다. 앞으로도 계속할 것”이라고 했다.

동아프리카 에리트레아 출신인 거브러여수스 총장은 2017년 아프리카 출신 최초로 WHO 수장이 됐다. 임기는 2022년 7월까지다. 사무총장 경선 당시 영국 감염병 전문의인 데이비드 나바로 전 WHO 에볼라 특사와 경합한 그는 중국의 전폭적인 지지로 당선됐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