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보트, 성가시게 굴면 쏴버려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2일(현지시간) 이란에 위협적 경고를 보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늑장 대응으로 지지율이 떨어진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1월 재선을 위해 극단적 행동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보수층 결집을 노린 이민 일시중단 조치나 연이은 ‘중국 때리기’ 등도 같은 맥락이란 것이다.

결국 이란과 전쟁 택하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서 “바다에서 이란 무장 고속단정이 우리의 배를 성가시게 굴면 모조리 쏴버려 파괴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 14~15일 걸프해역 북부에서는 미 군함과 이란 혁명수비대 고속단정이 맞닥뜨리면서 긴장이 빚어졌다.

‘중동 긴장이 재점화될 수 있다’는 관측은 유가 반등을 자극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6월물 서부텍사스원유(WTI)는 트윗이 나온 직후 40% 가까이 올라 배럴당 16달러를 넘었다. 결국 전날보다 19.1%(2.21달러) 상승한 13.78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는 23일에도 장중 급등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미 국방부는 기존 교전 지침을 바꾸라는 공식 지시를 받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은 이란이 위성 발사에 성공했다고 발표한 데 대한 경고라는 분석이 나왔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22일 첫 군사위성 발사에 성공했다며 발사 장면을 공개했다. 위성 발사체 기술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비슷하다. 존 하이튼 미 합참 차장은 “그것(발사체)이 아주 멀리 날아갔다”며 “중동 국가와 미국의 우방을 위협하는 능력이 있다는 뜻”이라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코로나19 대응을 잘못한 데 대해 국내 비판을 받고 있는 양국 지도자들이 적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게 유리하다고 계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뚝뚝 떨어지는 트럼프 지지율

트럼프 대통령은 위기 상태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봉쇄가 이어지면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경제성장률이 -5.9%를 기록할 것으로 관측했다. 게다가 이날까지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가 85만 명, 사망자가 4만7000명에 달하면서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하다. 지난 19일 갤럽 여론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자는 43%로 떨어졌다. 3월 조사 때 49%에서 6%포인트 하락한 것이다. CNBC가 발표한 플로리다 등 6개 경합주(swing state) 대상 조사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47.5%, 민주당 대선 후보로 유력한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46.8%의 지지율을 각각 얻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에서 경합주 승리를 바탕으로 당선됐다.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바이든 전 부통령이 트럼프 대통령의 ‘코로나 실정론’을 쟁점화해 승기를 잡겠다는 포석이라고 보도했다. △초기에 중국 주장을 믿고 위험에 눈감았다는 점 △사태 심각성을 축소·묵살했다는 점 △대응 과정이 혼선의 연속이었다는 점 △국방 물자생산법(DPA) 발동이 늦었다는 점 등이 반(反)트럼프 여론전의 4대 포인트로 꼽혔다.

‘실업 쓰나미’ 5주 연속 지속

미국에서 실업자가 급증하는 상황도 트럼프 대통령에겐 커다란 위협이다. 미 노동부는 지난주(4월 12~18일)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가 443만 건을 기록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지난달 셋째 주 330만 건으로 급증하기 시작해 넷째 주 687만건까지 치솟은 뒤 661만 건(3월 29일~4월 4일), 524만건(4월 5~11일) 등을 기록했다. 미국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본격화한 지난달 중순 이후 총 265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게 미 언론들의 지적이다. 올 2월까지만 해도 최근 1년간 신규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월평균 21만6000건에 불과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미국의 4월 실업률이 20%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초까지 이어졌던 미국 경제의 최장기(113개월 연속) 호황도 마침표를 찍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조재길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