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커플에 축의금·신혼여행·가족사택…日 제조업계 성적소수자 끌어안기 바람
일본 제조업계에서 동성 커플도 부부로 인정해 경조사비를 지급하는 등 성적소수자(LGBT·동성애자 및 양성애자)를 끌어안으려는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일본 3대 자동차 업체인 혼다는 이달부터 임직원 가족에게 제공하는 각종 혜택을 동성 커플에 대해서도 적용한다. 이에 따라 동성의 배우자를 둔 임직원도 결혼휴가와 결혼축의금, 단신부임 수당, 가족사택 등을 지급받는다. 동성 부부가 아이를 입양하면 육아수당도 지급한다.

가와사키중공업은 4월부터 동성인 파트너를 배우자로 인정하도록 사규를 바꿔 경조사와 병간호휴가 등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다. 화학회사인 아사히카세이도 올해 동성인 배우자를 양육가족으로 인정해 각종 복리후생제도를 이용할 수 있도록 규정을 바꾸기로 했다.

혼다와 가와사키중공업은 성적소수자 임직원들을 위해 본사 빌딩과 공장에 양성(all gender)화장실과 양성탈의실을 늘리고 있다

성적소수자에 대한 일본 사회의 인식은 부정적이다. 일본 광고기획사 덴츠가 2018년 일본인 6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자신이 성적소수자'라고 밝힌 응답자는 8.9%였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해 637개 일본회사에 실시한 조사에서 '동성 커플도 가족수당이나 결혼휴가를 인정하겠다'라는 응답율은 10%대였다.

일본 사회의 보수적인 분위기 때문에 그간 성적소수자를 인정하는 업종은 외국계나 정보통신(IT) 기업 정도였다. 제조업계가 성적소수자에 대한 틀을 깨려는건 글로벌 경쟁시장에서 다양성 존중이 기업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글로벌 회계법인 언스트앤영 관계자는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다양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해외의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일본의 인재를 빼앗길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일본 직장내괴롭힘금지법은 오는 6월부터 대기업에 성적소수자에 대한 혐오를 방지하는 대책을 갖추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동성 배우자를 인정한 미쓰비시화학은 주택보조금 등 각종 가족혜택을 신청할 때 동성 배우자의 실명을 적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