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대형 햄버거 프랜차이즈인 쉐이크쉑(Shake Shack)이 미국의 중소기업 지원프로그램을 통해 조달한 1000만달러(약 120억원)를 포기하기로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을 위한 대책을 왜 대형 프랜차이즈까지 활용하냐는 논란이 거세게 일어나서다. 미국 중소기업청(SBA)는 은행들이 이 프로그램을 제대로 운영하지 않았다며 소송까지 들어갔다.

쉐이크쉑은 미국 중소기업을 위한 급여보호프로그램(PPP)을 통해 대출한 1000만달러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20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쉐이크쉑은 주주들을 대상으로 한 유상증자를 통해 조달한 자금으로 1000만달러를 반환할 예정이다.


PPP는 중소기업들이 근로자들의 급여 및 임차료를 지급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마련됐다. 그러나 ‘매장 한 곳당 500명 이하의 근로자’라는 조건이 문제가 됐다. 쉐이크쉑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들도 어렵지 않게 충족할 수 있는 조건이었기 때문이다. 쉐이크쉑을 비롯한 여러 미국의 식음료 프랜차이즈들이 줄줄이 PPP를 활용했다. 루스 크리스 스테이크하우스 등을 운영하는 루스 하스피탤러티 그룹은 2000만달러를 PPP로 빌렸다.

그러다 PPP가 순식간에 고갈되면서 논란이 불붙었다. 미국 각지 은행들을 통해 지난 3일 시작된 PPP 대출은 16일 전액 소진됐다. 쉐이크쉑 같은 대기업들이 PPP를 통해 거액의 자금을 조달한 탓이 아니냐는 비판 여론이 일자, 결국 쉐이크쉑은 PPP 활용을 포기하게 됐다.

미국 여론은 쉐이크쉑이 늦게나마 옳은 결정을 했다는 분위기다. 스티브 므누신 재무부장관은 트위터를 통해 “쉐이크쉑의 반환 결정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오바마 대통령 시절 SBA에서 대출을 담당했던 안나 마리 멜럼도 “쉐이크쉑의 거액 반환으로 더 많은 중소 사업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PPP가 연일 논란이 되자, 미 중소기업청은 PPP 실무를 담당한 미국 주요 은행들을 상대로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지방법원에 소송을 제기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쉐이크쉑의 PPP 대출을 담당한 JP모간체이스를 비롯해 웰스파고, 뱅크오브아메리카 등이 소송 대상이다. 중소기업청은 이들 은행이 대규모 PPP 대출부터 진행해서, 중소 음식점을 대상으로 한 소규모 PPP 대출이 차질을 빚었다고 주장했다.

미 정부는 현재 PPP에 추가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논의중이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