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유가가 역대 최저치로 폭락했다. 20일 국제 원유 선물시장에서 미국 서부텍사스원유(WTI) 5월 인도분 가격은 장중 한때 21% 하락해 배럴당 14.47달러까지 내렸다. WTI 가격이 15달러 밑으로 떨어진 것은 1999년 3월 이후 21년 만이다. 올해 1월 1일(61.06달러) 대비 76.3% 고꾸라졌다.
15弗도 깨졌다…유가 '21년 만에 최저치'
국제 유가는 지난 12일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이후 심리적 지지선인 20달러 안팎에서 머물렀다. 그러나 중국의 올 1분기 성장률 쇼크(-6.8%)가 나오면서 글로벌 수요감소 우려가 커진 데다 원유 저장 창고마저 곧 동이 날 것으로 관측되면서 다시 폭락세로 돌아섰다. 미국 에너지업계는 4~8주 안에 미국의 원유 보관 창고 여력이 다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산유국이 다음달부터 하루 1000만 배럴씩 감산할 예정이지만 유가는 더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감산량이 수요 감소폭을 상쇄하기엔 역부족이기 때문이다.

미국 에너지기업 파슬리에너지의 맷 갤러거 최고경영자(CEO)는 “이대로라면 다음달 하순께 미국 원유탱크가 다 찰 것”이라며 “그렇게 되면 원유 가격이 한 자릿수로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셰일가스업체의 연쇄 도산, 산유국 재정 악화 등의 후폭풍이 우려된다.

국내 정유업계 등에도 비상이 걸렸다. 석유 제품 가격이 급락해 제조 비용이 판매 가격을 웃도는 ‘마이너스 마진’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석유 제품을 사가는 이가 없어 재고 비용까지 떠안아야 할 처지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