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의 중소기업 긴급대출 3490억달러(약 430조원)가 2주 만에 소진된 가운데 직원들이 밤샘 수작업에 나선 중소형 은행들이 전산화에 의존한 대형 은행을 크게 앞지르는 실적을 냈다.

블룸버그통신이 18일(현지시간) 미 중소기업청과 재무부 자료를 분석한 결과 긴급대출 실적 1위는 미 최대 은행인 JP모간체이스로, 총 140억달러의 대출을 실행했다. 하지만 전체 대출 예산에서 차지한 비중은 4%에 그쳤다. JP모간체이스가 자산(2조6870억달러)이나 지점 수(5100여 개)에서 독보적 선두라는 점에서 실망스러운 성적이라는 평가다.

작년 말 자산 기준 4위를 기록했던 또 다른 대형 은행 웰스파고는 소매전문 은행임에도 1억2000만달러를 유치하는 데 그쳤다. 웰스파고는 예산이 소진된 지난 17일에서야 “의회에서 추가 예산을 승인하는 대로 대출을 실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완비했다”고 발표했다. 일부 대형 은행은 “긴급대출 발표가 급박하게 나오는 바람에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고 해명했다.

반면 PNC파이낸셜이 90억달러, 키코프가 78억달러, 프로스트뱅크가 30억달러를 각각 유치하는 등 중소형 은행의 선전이 두드러졌다. 대형 은행들이 심사 자동화 시스템을 준비하는 동안 중소형 은행 직원들은 수작업과 초과 근무를 마다하지 않은 덕분이란 분석이다.

블룸버그는 “종업원 급여를 마련하기 위해 대형 은행에 새벽같이 뛰어갔던 일부 중소기업 경영자들이 대출받기 어렵게 됐다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했다”고 지적했다.

이번 중기 긴급대출은 지난달 말 미 의회를 통과한 2조2000억달러 규모의 3차 코로나19 경기 부양책의 하나다. 직원 500명 이하인 기업에 향후 2년간 최대 1000만달러씩 무담보로 빌려주는 프로그램이다.

강현우 기자 h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