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이 주도하는 가상화폐(암호화폐) 리브라가 당초 계획과 달리 달러, 유로 등 각국 통화에 연동하는 다양한 형태의 ‘스테이블 코인’으로 개발된다. 각국 금융감독당국의 압박에 글로벌 시장을 통합하는 단일 가상화폐를 내놓겠다는 계획을 변경한 것으로 관측된다.

페이스북은 16일(현지시간) 공개한 ‘리브라 백서 2.0’을 통해 리브라를 스테이블 코인 형태로 선보인다고 밝혔다. 스테이블 코인은 가격 변동성을 최소화하도록 설계한 가상화폐다. ‘1달러=1코인’처럼 기존 통화에 고정한 가치로 발행한다.

페이스북은 지난해 6월 리브라 구상을 발표하면서 달러, 유로, 미국 재무부 채권 등으로 구성된 통화 바스켓에 연동하는 글로벌 단일 가상화폐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각국 정치권과 규제당국은 리브라가 중앙은행을 위협하고 세계 금융의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각국 정부의 압박이 이어지면서 리브라연합에 참여한 페이팔, 이베이, 마스터카드 등 주요 기업이 탈퇴하기도 했다.

페이스북은 리브라를 비트코인과 같은 퍼블릭(개방형) 블록체인으로 개발하려던 기존 계획을 포기했다. 퍼블릭 블록체인은 누구나 네트워크에 참여할 수 있어 테러범이나 범죄자도 운영에 개입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이 리브라 프로젝트를 다시 추진하는 것은 가상화폐 개발 환경이 바뀌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중국은 발빠르게 중앙은행인 인민은행 등을 중심으로 디지털 화폐 개발에 나서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각국 통화의 변동성이 커지는 등 제 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국가 차원의 디지털 화폐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페이스북은 올해 말까지 리브라를 내놓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페이스북 월평균 이용자(MAU: 한 달간 페이스북을 한 번이라도 이용한 사람 수)가 25억 명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리브라의 파급력이 작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많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