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권한 있다더니…'위험한 도박' 후폭풍 우려에 州에 공 넘기며 수위조절
대선 경제악재 우려에 서둘렀지만 검사확대 등 걸림돌…정상화 전망은 불투명
마음 급한 트럼프, 경제정상화 시동…'마이웨이' 접고 한발 후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미국 내 적잖은 우려에도 불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셧다운' 상태의 국가 경제를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한 로드맵 이행에 들어갔다.

대공황 이후 최악으로 불리는 코로나19발(發) 침체 쓰나미가 미국 경제 전반을 덮친 가운데 그 충격파를 수습하지 못한다면 재선 가도에 초대형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 '3단계 정상화 방안'을 발표하며 재건 드라이브를 서두른 것이다.

그러나 검사 역량 부족 등의 현실로 인해 구체적 시행 시기 등에 대한 결정은 주지사들에게 그 공을 넘기는 등 "전면적 권한은 나에게 있다"던 '마이웨이' 태세에서 한걸음 물러나며 일단 수위조절에 나선 듯한 모양새이다.

이날 국가 경제 재개 로드맵 발표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16일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사회적 거리두기' 가이드라인을 직접 발표한 지 한 달 만에 이뤄진 것이다.

그는 당초 부활절(4월 12일)을 정상화 기점으로 염두에 뒀지만, 발병 확산세 속에 엄청난 반발에 부닥쳐 뜻을 접은 바 있다.

한차례 연장된 가이드라인이 만료되는 직후인 '5월 1일'이 단계적 정상화의 출발점이 되는 시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을 여는 것'을 코로나19와의 전쟁에서의 다음 전선으로 규정한 뒤 몬태나, 와이오밍, 노스다코타 등을 거론하며 기준을 충족한 주(州)의 경우 "문자 그대로 내일이라도" 정상화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달 초 사망자 발생 전망을 1·2차 세계대전에 비유하며 상황의 심각성을 인정했으나 "이 나라는 셧다운을 위해 건설된 게 아니다"라며 조기 정상화 강행 의지를 굽히지 않아 왔다.

마음 급한 트럼프, 경제정상화 시동…'마이웨이' 접고 한발 후퇴
경제활동 재개 결정은 전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이라고 주장하며 연방정부와 주 정부 간 일전도 불사하는 듯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강력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결국 최종 결정권을 주 지사의 재량권 영역으로 넘겼다.

공동전선 구축에 나선 주지사들의 반발을 무릅쓰고 경제활동 재개를 '톱다운' 방식으로 강행할 경우 감당할 수 없는 후폭풍에 직면할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검사 확대와 발병 수 감소추세 안정화 등 여건이 무르익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수를 뒀다가 사망자 급증 등 섣부른 정상화의 부작용이 현실화할 경우 재앙적 결과가 초래되면서 대선 국면에서 '위험천만한 도박'이 될 수 있다는 우려인 셈이다.

대체로 하향 안정화하는 추세라고는 하나, 이날 현재 미국의 코로나19 환자는 66만명을 넘어섰고 사망자는 3만명을 넘긴 상황이다.

이날 발표는 트럼프 행정부가 초기 늑장 대응 논란으로 역풍에 직면한 가운데 유엔 산하 세계보건기구(WHO)에 책임을 전가하며 자금지원 중단을 전격 선언한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기도 하다.

결국 이날 발표된 정상화 방안은 트럼프 대통령의 조기 경제재개 욕구와 발병 확산 등 불확실성 리스크가 엄존하는 현실의 절충안인 셈이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방안 도출 과정을 두고 백악관 태스크포스(TF) 내 의사 그룹 등과의 "협상"이라고 묘사하기도 했다고 CNN방송이 전했다.

앞서 민주당과 보건·의료계는 물론이고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 등 TF 내 의사 그룹을 비롯, 행정부 내에서도 우려가 적지 않은 상황이었다.

향후 경제 정상화가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시간표대로 순조롭게 진행될지는 여전히 불투명해 보인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 발표에 앞서 '핫스팟'(집중발병지역)인 뉴욕주의 셧다운 조치를 5월 15일까지 연장하겠다고 발표했다.

무엇보다 검사 역량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못한다는 게 최대 걸림돌로 꼽힌다.

이에 따라 향후 검사 확대가 주별 정상화의 속도를 가르는 관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충분한 검사 확대 없이는 일터로 복귀한 무증상 환자들이 감염을 확산시키는 위험한 상황을 방치하게 될 것이라는 점 때문에 주 정부들이 섣불리 움직이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전날 기업 리더들과의 통화에 이은 이날 오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민주당 상·하원의원 간 전화 회의에서도 이러한 우려가 제기됐다고 미 언론은 전했다.

이 때문에 속도전을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문을 열 결정 권한을 가진 주지사들은 신중하게 움직일 가능성이 작지 않다.

현재 동부 7개 주, 서부 3개 주가 공조를 결의한데 더해 중서부 7개 주지사도 이날 추가로 손을 잡은 상황이다.

이와 관련, 메인, 버몬트, 웨스트버지니아, 네브래스카, 노스다코타, 몬태나, 와이오밍, 알래스카, 하와이 등 발병 규모가 작은 9개 주의 경우도 모두가 조기 정상화에 흔쾌한 것은 아니라고 CNN은 전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검사 관련 아우성이 고조되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결국 권한을 주에 넘겼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5월 1일 경제 활동 재개 열망에도 불구하고 그의 구상은 특정한 날짜도 박지 못한 채 모호한 일련의 권고안의 형태로 귀결됐다고 지적했다.

WP는 이날 발표된 방안에 대해 '느리고 시차를 둔 정상으로의 복귀'라고 표현했다.

마음 급한 트럼프, 경제정상화 시동…'마이웨이' 접고 한발 후퇴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