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하반기 진정되면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 -3%…주요 IB도 마이너스 전망
'팬데믹 장기화·내년 재발병' 최악 시나리오시 내년에도 역성장 우려
"전쟁같은 불확실성" IMF 경기침체 공식화…2차 발병땐 L자형(종합)
국제통화기금(IMF)은 14일(현지시간) 세계 경제 전망 보고서에서 '불확실성'을 거듭 강조했다.

글로벌 경제가 올해 3.0% 역성장했다가 내년에는 5.8% 회복할 것이라는 기본 전망치를 제시했지만, 올해 하반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사그라지면서 경제활동이 재개될 것이라는 비교적 낙관적인 전제를 깔았다.

그러면서 코로나19 사태가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따라 침체의 강도, 그리고 경기회복 속도는 크게 달라질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상황이 예상보다 오래 이어지거나, 내년에 재발하는 '2차 발병' 상황에서는 성장률이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V자형' 급반등이나 'U자형'의 완만한 경기회복, 'L자형' 장기침체론까지 모든 시나리오는 결국 코로나 19에 달렸다는 얘기다.

기타 고피나스 IM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보고서에서 "전쟁 또는 정치적 위기처럼, 이번 충격의 기간 또는 강도에서 심각한 불확실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 글로벌IB 이어 IMF도 "세계 경제, 올해 역성장"

IMF는 올해 세계 경제가 3% 마이너스 성장세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1월 전망치(3.3%)에서 6.3%포인트 대폭 하향 조정한 수치다.

급격한 하향조정 이후에도 추가 하락 리스크가 크다고 덧붙였다.

분기별 전망치를 제시하지 않았지만, 글로벌 경제가 사실상 '셧다운'에 들어간 올해 2분기 최악의 역성장을 나타내고 하반기에도 그 여파가 이어질 것이라는 일반적인 관측과 맥을 같이 한다.

주요 국제기구 차원에서 사실상 처음으로 '글로벌 역성장 전망'을 공식화한 것이어서 의미가 크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줄줄이 '마이너스 성장'을 예상한 상황에서 '확인 도장'을 찍은 셈이다.

웰스파고는 -2.6%, 도이체방크는 -1.7%, UBS는 -0.6%를 각각 제시하고 있다.

일본계 노무라홀딩스도 -4.0% 전망치를 내놨다.

IMF는 "세계 경제는 대공황(Great Depression) 이후로 최악의 침체를 겪게 될 것"이라며 "10년 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를 뛰어넘는 충격"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세계 경제는 0.1%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한 바 있다.

코로나19가 빠르게 번진 미국·유럽 시장뿐만 아니라 이머징마켓(신흥시장)도 상당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IMF는 전망했다.

IMF는 "모든 신흥시장과 개발도상국은 보건 위기, 심각한 수요충격, 글로벌 금융시장 경색, 원자재 가격 급락에 직면하고 있다"면서 "특히 원자재 수출국에는 심각한 충격이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흥시장·개도국의 올해 성장률은 -1.0%로 전망했다.

중국을 제외하면 2.2% 역성장할 것으로 봤다.

앞서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영국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 금융정보업체인 레피니티브 등의 자료를 토대로 올해 신흥시장 경제가 1951년 이후로 69년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할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한 바 있다.

"전쟁같은 불확실성" IMF 경기침체 공식화…2차 발병땐 L자형(종합)
◇ 내년 경기 반등 가능할까…"코로나19 이전 수준 회복 못 할 듯"

내년 경기흐름은 더욱 불투명하다.

IMF는 내년도 세계 경제 성장률로 5.8%를 제시했다.

지난 1월 전망치(3.4%)보다 2.4%포인트 상향 조정한 것으로, 올해 가파른 역성장에 따른 '기저효과'가 반영됐다.

미국(4.7%)을 비롯한 선진시장이 4.5%, 신흥시장·개도국이 6.6% 성장할 것으로 각각 전망했다.

내년부터 경기회복이 가능하다는 비교적 긍정적 시각을 내놓은 셈이지만, 결국은 코로나19 추이에 달렸다는 점을 함께 강조했다.

IMF는 "내년에 부분적인 경기회복이 이뤄지더라도 내년 말 글로벌 국내총생산(GDP)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하지 못할 것"이라며 "경기회복 강도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있다.

내년도 경기 반등 역시 올해 하반기 코로나19 사태의 진정에 달렸다"고 설명했다.

IMF는 "치료제와 백신이 예상보다 빨리 개발된다면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제거되고 경기 반등이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수 있다"면서도 "억제 조치가 완화되고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나서 바이러스가 또다시 빠르게 번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3가지 부정적인 시나리오를 함께 제시했다.

코로나19 사태와 관련, ▲ 올해 바이러스 확산과 봉쇄가 예상보다 길어지거나 ▲ 코로나19가 내년에 재발병하거나 ▲ 앞선 두 가지 시나리오가 모두 겹치는 최악의 상황까지 모두 염두에 둬야 한다는 것이다.

먼저 코로나19 사태가 예상보다 오래 지속한다면 세계경제 성장률은 올해 3.0%포인트, 내년에는 2.0%포인트 추가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봉쇄 조치 기간이 50% 길어지는 상황을 기준으로 했다.

코로나19가 내년에 다시 확산하는 두번째 시나리오에서는 내년 성장률이 5.0%포인트 하향조정될 것으로 봤다.

내년에 경기 반등(5.8%) 국면에 들어서기는커녕 '0%대 성장'이 이어진다는 뜻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경제적 봉쇄 조치가 올해 하반기에도 채 풀리지 않는 상황에서 내년에 '2차 발병'까지 겹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세계 성장률은 올해 3.0%포인트, 내년에는 8.0%포인트 더 떨어질 것으로 봤다.

세계경제의 역성장이 올해 무려 6.0%에 달하고, 내년에도 마이너스 국면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는 얘기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