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백악관 상황실 TF회의서 나바로-파우치 언쟁…줄리아니도 '재등장'
'말라리아약 효능' 트럼프 측근-전문가 충돌…"트럼프는 측근편"
말라리아 치료제 유사 약물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치료 효능 여부를 놓고 미국의 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내에서 한바탕 충돌이 빚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명확한 과학적 근거 없이 연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사용을 권장,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측근과 전문가 그룹 간에 때아닌 대치 전선이 형성된 모양새이다.

6일(현지시간) 미 CNN방송 등에 따르면 지난 4일 오후 마이크 펜스 부통령 주재로 백악관 상황실에서 열린 코로나19 회의 말미에 말라리아 치료제 관련 논의가 이뤄지자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정책국장은 벌떡 일어나 "명백한 치료 효과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작심한듯 한 무더기의 자료를 책상 위에 올려놨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치료 효과에 대한 해외 자료들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너서클'로 분류되는 '매파' 나바로 국장은 코로나19 국면에서 국방 물자생산법 정책 조정관으로 임명됐다.

이에 그간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의 과학적 효과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견지해온 앤서니 파우치 미 국립보건원 산하 국립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NIAID) 소장은 이날도 "무슨 이야기를 하는 것이냐", "그것은 입증되지 않은 일화적인(anecdotal) 증거"라고 반론을 폈고, 이 말에 나바로 국장이 폭발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바로 국장은 "이것은 일화가 아니라 과학"이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급기야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발 입국금지 조치를 시행할 당시 파우치 소장이 이에 반대했었다고 비난하기까지 했다고 미언론들은 보도했다.

그러나 파우치 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중국발 입국금지 결정 당시 찬성한 몇 안 되는 인사였다는 점에서 이러한 공격은 회의 참석자들을 의아하게 만들었다고 CNN이 보도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보좌관이 나바로 국장을 진정시키면서 상황은 가까스로 수습된 것으로 알려졌다.

참석자들은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 문제는 의사와 환자 사이에서 결정할 사안이라는 데 동의했다고 한다.

악시오스는 "코로나19 TF 내에서 있었던 가장 큰 싸움이었다.

일찍이 이러한 대립은 없었다"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TF 내 대다수 멤버들은 말라리아약의 코로나19 치료제 활용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으나 나바로 국장은 그 효과에 대해 열렬히 확신하며 물량 확보에 나서왔다고 미언론들은 보도했다.

그 외에 폭스뉴스 방송 진행자 숀 해너티와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인 루디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 등이 말라리아약의 코로나19 치료 효과에 대해 '세일즈' 해왔다고 악시오스는 전했다.

특히 막후에서 우크라이나 정부 등을 상대로 외압을 행사한 의혹으로 '우크라이나 스캔들'의 핵심 인물로 떠올랐던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이 코로나19 국면에서 다시 등장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의 귓가에 속삭이는 귀에 익은 목소리인 줄리아니가 실험적인 코로나바이러스 치료를 부추기다'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변호사로서 탄핵 폭풍의 한가운데 있었던 루디 줄리아니가 이번에는 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단축하고자 열망하는 대통령의 '개인 과학 조언자'를 자임하고 나섰다"고 보도했다.

WP에 따르면 줄리아니 전 뉴욕시장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일대일 통화에서 말라리아약 사용을 주장해왔다고 한다.

지금까지의 발언을 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문가보다는 측근들의 말에 귀를 기울이는 것으로 보인다.

악시오스는 트럼프 대통령이 누구 편인지 분명해 보인다고 꼬집었다.

말라리아약을 '게임 체인저'로 불러온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브리핑에서도 그 효능을 거듭 주장했다.

CNN 기자가 이 약의 효능을 파우치 소장에게 묻자 이례적으로 답변을 가로막기도 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