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와 스페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되고 있지만 영국에선 더욱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열흘 전 확진 판정을 받은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증상이 나아지지 않자 병원에 긴급 입원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에 따르면 5일(현지시간) 기준 신규 사망자는 525명으로, 지난달 19일 427명을 기록한 이후 가장 적었다. 누적 확진자는 12만8948명으로 전날보다 4316명 증가했다. 신규 확진자는 1주일 연속 4000명대를 유지하고 있다. 스페인의 누적 사망자는 1만2418명으로 전날보다 674명 늘었다. 신규 사망자 수는 지난 2일 950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사흘 연속 감소했다. 신규 확진자 발생률도 열흘 전 14.0%에서 이달 1일 8.2%에 이어 이날 4.8%로 계속 줄고 있다.

반면 초기방역에 실패한 영국에선 사망자와 확진자 수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누적 확진자는 4만7806명으로, 전날 대비 5903명 증가했다. 사망자도 이날 하루 새 621명 늘어, 누적 사망자는 4934명으로 집계됐다. 신규 사망자와 확진자는 미국에 이어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

영국 언론들은 정부의 오판이 코로나19 사태를 키웠다고 일제히 비판했다. 영국은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외출금지령 등 봉쇄 조치를 1주일가량 늦게 발령했다. 영국은 사태 초기 집단감염을 통해 많은 사람이 면역력이 생기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다.

집단면역은 감염병에 대한 면역력을 지닌 사람들의 비중을 높여 바이러스 유행을 차단하는 방식이다. 인구 중 대략 60%가 면역력을 얻으면 바이러스 확산을 막을 수 있다는 접근이다.

영국 정부는 이를 앞세워 봉쇄 조치를 내리지 않았다. 대규모 검사 인프라도 준비하지 않았다. 하지만 인구의 60%가 면역을 얻는 수준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뒤늦게 방침을 바꿨다.

확진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에 들어간 존슨 총리는 이날 병원에 긴급 입원했다. 총리실은 존슨 총리가 확진 판정 후 고열과 기침 등의 증세가 사라지지 않아 예방 차원에서 입원했다고 발표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