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미국의 지난달 실업률이 4.4%로 치솟았다. 10년 가까이 증가세를 유지해 오던 임금근로자도 70만 명이나 줄었다. 프랑스 등에서도 실업수당 신청이 몰리면서 상대적으로 사회보장제도가 튼튼한 유럽 국가에도 비상이 걸렸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 3월 실업률이 4.4%로 집계됐다고 3일 발표했다. 2017년 8월(4.4%) 후 31개월 만의 최고치다. 2월 3.5%에서 크게 뛰었다. 로이터통신이 조사한 전문가 예상은 3.8%였다.

비농업 임금근로자는 70만1000명 감소했다. 임금근로자가 감소한 것은 2010년 9월 이후 거의 10년 만이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5월의 80만 명에 근접한 규모로, 이 역시 예상치(10만 명 감소)를 크게 웃돌았다. 근로자 감소는 주로 음식·숙박업과 관광업에서 발생했다고 노동부는 설명했다.
美 일자리 10년 만에 처음 줄었다…英·佛도 코로나 실업대란
이런 수치들도 코로나19의 충격을 제대로 반영하진 못했다는 분석이다. 미 노동부는 3월 중순까지의 조사를 바탕으로 이번 결과를 산출했다. 캘리포니아 등 주요 지역에 ‘자택 대피령’이 내려지기 시작한 것은 3월 15일부터다. 이후 28일까지 2주 동안 접수된 신규 실업수당 신청 건수는 995만 건에 달했다.

미국의 실업률은 단기간에 급격히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시장분석업체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미국의 실업률이 4월 14%, 5월 16%로 뛸 것으로 예상했다. S&P와 KPMG 등은 2분기 실업률을 10% 이상으로 전망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의 역대 최고 실업률은 2차 오일쇼크 당시인 1982년의 10.8%다.

유럽에서도 코로나19 영향으로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블룸버그 등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지난 2주 동안 실업수당을 신청한 건수가 400만 건에 달했다. 프랑스 민간 영역에서 일하는 근로자 다섯 명 중 한 명꼴이다.

스페인의 지난달 신규 실업자 수는 총 83만4000명으로, 전월 대비 30만2000명 급증했다. 역대 가장 큰 월간 증가폭이다. 이 수치는 해고 상태인 노동자 수십만 명을 포함하지 않고 있어 실제 실업자 규모는 더 늘어날 수 있다고 블룸버그는 전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도 스페인의 실업률은 13.8%로 높은 수준이었다. 유럽에서 이탈리아 다음으로 확진자 수가 많은 스페인은 지난달 14일부터 한 달간 외출제한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오스트리아의 지난달 실업자 수는 전년 동기보다 65.7% 늘어난 50만4000명에 달했다. 2차 세계대전 직후였던 1946년 이후 최대 규모다. 지난달 실업률은 12.2%로, 전년 동기 대비 4.8%포인트 상승했다.

영국에선 외출제한 조치를 시작한 지난달 16일 이후 2주 동안 95만 명이 통합 복지수당인 ‘유니버설 크레디트’를 신청했다. 유니버설 크레디트는 근로자 소득에 따라 복지 혜택을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제도다. 실직하면 정부가 종전 소득의 일부를 지원하는 게 특징이다. 경제분석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의 폴 데일스 연구원은 “복지수당 신청자 수가 앞으로 훨씬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영국은 근로자들에게 한 달에 2500파운드(약 376만원) 한도로 임금의 80%를 보전해 주기로 했지만, 이미 정부가 감당할 한계치를 넘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쇼핑몰과 식당, 상점 등이 줄줄이 문을 닫으면서다. 영국 최대 국적 항공사인 브리티시에어웨이는 여객 수요가 급감하자 전체 근로자의 80%에 달하는 3만2000명을 대상으로 유급휴직을 추진하고 있다.

아일랜드 중앙은행은 코로나19 사태 이전 4.8%였던 실업률이 올 2분기에는 25% 수준으로 치솟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한 주 동안 아일랜드의 기업 3만4000곳이 정부에 임금 보조 프로그램을 신청했다.

캐나다 역시 외출제한 조치를 시행한 지난달 16일 이후 2주 동안 실업수당 신청 건수가 213만 건에 달했다. 전체 캐나다 노동 인력의 11% 수준이다.

김정은/강현우 기자 like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