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언론 "한국 등 대규모 검사로 앞선 체계" 비교
확진자 급증에 런던에 코로나19 야전병원 5곳 구축
"영국, 독감 유행에만 초점…코로나19 검사계획도 못세워"
영국 정부가 계절성 독감 대비에 초점을 둔 탓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대규모 진단검사 계획조차 세우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2일(현지시간) "정부의 팬데믹(대유행) 전략의 구조적 실패가 탄로 났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당국이 향후 영국을 강타할 유행병을 계절독감으로 오판한 탓에 코로나19와 관련한 진단검사 계획도 구상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관련 당국자들이 향후 영국에 독감이 유행할 것으로 보고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에 대한 대규모 진단검사의 필요성을 논의하지 않았다고 인정했다.

당시 장관들은 오히려 공중보건국(PHE)과 내각, 보건부 관계자들과 함께 집단 검사에 반대하기로 결정했다.

영국 정부의 전염병 관련 자문위원회장인 그레이엄 메들리 교수도 이러한 정부 조치에 대해 "실수가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진단 검사를 다룰 수 있는 실험실을 체계적으로 동원하지 못한 PHE는 수용력 부족을 이유로 진단 검사를 거부한 국민보건서비스(NHS)와 함께 거센 비난을 받고 있다.

텔레그래프는 영국이 뒤늦게 검사 대상을 확대하고 있을 때 한국과 독일 등 다른 국가들은 수십만 명의 자국민에게 진단검사를 시행하면서 신속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영국, 독감 유행에만 초점…코로나19 검사계획도 못세워"
정부의 비상사태 과학적 자문그룹(Sage) 소속 학자이기도 한 메들리 교수는 현재 영국의 진단 검사가 부족하다는 것은 정부 스스로 코로나19 확산 추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지금 벌어진 문제는 사태가 벌어지기 전 대비책에 투자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영국 보건당국은 계절성 독감 대비에 초점을 맞추고 유행병 진단검사를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메들리 교수는 "진단검사는 매우 강력할 수 있고,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기 위한 전체 인구 수준에서의 검사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들리 교수는 또 영국 정부가 2003~2004년 사이 발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 이후 한국에서 도입된 대규모 검사 전략을 인지하고 있었다고도 언급했다.

그는 "한국은 사스 경험을 바탕으로 대량 검사 방식을 개발했고, 이러한 방법이 분명 좀 더 향상된 방식이라고 판단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러한 영국 정부의 방침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조류인플루엔자(AI) 발생 이후 각국에 집단 진단검사에 대비하라는 권고안과도 상충한다.

텔레그래프는 이 밖에도 영국 정부의 코로나19 사태 대응책을 둘러싸고 여러 의문점이 제기된 상태라고 전했다.

텔레그래프는 4년 전 영국 정부가 '백조자리'라는 이름으로 3일간의 모의 팬데믹 실험을 진행한 결과, 중환자실 병상과 영안실, 개인 보호장비 부족으로 빠르게 유행병에 잠식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해당 보고서는 정부의 판단에 의해 대중에 공개되지 않다가 지난주 텔레그래프 보도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이같은 문제가 영국 정부가 민간 연구소와의 협업을 꺼리며 배타적으로 운영해왔기 때문에 벌어진 '기형적 통제'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영국, 독감 유행에만 초점…코로나19 검사계획도 못세워"
한편 NHS는 런던의 첫 임시 병원이 문을 열 준비를 하는 가운데 3일 임시병원 두 곳을 추가로 건설하겠다고 밝혔다.

NHS는 남서부 브리스톨의 대학 캠퍼스에 1천명의 환자를 수용할 수 있는 의료시설을, 북부 해러깃의 회의장에는 500개의 병상을 갖춘 시설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영국에서는 총 5곳의 임시 병원이 조만간 문을 열고 환자를 받을 예정이다.

군을 동원해 구축한 영국의 첫 임시병원 '나이팅게일'은 공식적으로 다음 주 첫 환자를 받을 계획이며, 이와 별개로 맨체스터와 버밍엄의 임시병원도 총 3천개의 병상을 운영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