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총리 "댐 건설은 주권 문제"…이집트는 물부족 우려
자국 이익 지키기에 총력…미국 중재에도 협상 난항

아프리카의 '젖줄' 나일강을 둘러싼 이집트와 에티오피아의 갈등이 좀처럼 해결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에티오피아는 2011년부터 나일강 상류에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댐인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댐'(르네상스댐)을 짓고 있고 현재 공사가 약 70% 진행된 상황이다.

나일강 하류 국가인 이집트는 이 댐이 건설되면 에티오피아를 거쳐 유입되는 나일강 수량이 크게 줄어들 수 있다며 반발해왔다.

갈등이 이어지자 미국 정부는 작년 11월부터 르네상스댐과 관련해 이집트, 에티오피아, 수단 등 3개국의 협상을 중재했다.

그러나 에티오피아가 2월 말 미국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회담에 불참하면서 협상이 난항에 빠졌다.

에티오피아와 이집트는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막는 데 분주하면서도 르네상스댐을 놓고 팽팽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다.

에티오피아 국영 뉴스통신사 ENA에 따르면 아비 아머드 알리 에티오피아 총리는 지난 1일 올해 우기부터 르네상스댐에 물을 채우는 작업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에티오피아에서 우기는 보통 6월에 시작되기 때문에 불과 두 달 정도 남았다.

또 아비 총리는 "에티오피아는 코로나바이러스와 댐 완공이라는 두 가지 도전에 직면해 있다"며 특히 르네상스댐이 에티오피아에서 주권과 단결의 상징이라고 강조했다.

르네상스댐 문제에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것이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댐 저수량 등을 제한하려는 미국과 이집트에 불만이 큰 상황이다.

[특파원 시선] 코로나19 와중에 계속되는 나일강 물분쟁
앞서 이집트 정부는 지난 3월 르네상스댐 분쟁과 관련해 아프리카 국가들을 우군으로 만드는데 공을 들였다.

압델 파타 엘시시 이집트 대통령은 지난달 17일 우후루 케냐타 케냐 대통령과 통화를 하고 르네상스댐 분쟁을 논의했다.

이집트 정부에 따르면 케냐타 대통령은 르네상스댐 협상에 관한 이집트 입장에 지지를 표명했다.

사메 쇼크리 이집트 외교부 장관도 17일부터 부룬디, 남아프리카공화국, 르완다, 콩고민주공화국, 탄자니아 등 아프리카 여러 국가를 순방하면서 르네상스댐 협상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이집트와 에티오피아가 나일강에 매달리는 데는 나름의 절박한 사정이 있다.

우선 나일강은 찬란한 이집트의 고대 문명을 꽃피웠고 지금도 이집트 국민의 삶에 절대적이다.

이집트 인구의 90%가 넘는 주민이 수도 카이로 등 나일강 주변에 살고 있다.

이집트는 국토의 95%가 비가 거의 없는 사막지대여서 나일강 유역 국가 중 강우량이 가장 적다.

식수, 농업용수 등의 수자원을 에티오피아, 수단에서 내려오는 나일강에 크게 의존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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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의 빈국 에티오피아에도 나일강의 중요성이 크다.

에티오피아 정부는 댐 건설은 생존의 문제라며 경제 개발을 위해서는 르네상스댐이 필수적이라고 주장한다.

국제통화기금(IMF) 등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에티오피아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약 1천 달러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3천여 달러로 추정되는 이집트와 비교해도 3분의 1 수준이다.

특히 에티오피아 정부에 따르면 에티오피아 국민의 70%가 전기를 충분히 공급받지 못하고 힘들게 살고 있다.

나일강의 수자원을 둘러싼 분쟁은 오랫동안 해결되지 않은 난제다.

이집트는 1960년부터 10년에 걸쳐 나일강 상류에 대규모 아스완하이댐을 건설한 뒤 전력 생산 등 경제에 활용했다.

그러면서 이집트는 정작 에티오피아를 비롯한 나일강 상류 국가들이 댐을 건설하는 것을 막았다.

또 이집트는 1929년 영국, 1959년 수단과 각각 체결한 나일강 수량에 관한 협정을 내세워 나일강의 수자원을 80% 넘게 이용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해왔다.

이런 점에서 에티오피아의 르네상스댐은 나일강 수자원에서 오랫동안 패권을 누려온 이집트에 커다란 도전인 셈이다.

이집트와 에티오피아가 앞으로 르네상스댐에 관한 접점을 원만하게 찾을지, 아니면 분쟁이 심화할지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지금까지 양국의 간극을 생각할 때 자국 이익을 최대한 추구하는 국제사회의 냉혹한 현실은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파원 시선] 코로나19 와중에 계속되는 나일강 물분쟁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