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본토 가까운 동중국해서 日 전함-中 어선 충돌 사고
시진핑-아베 통화하지 않는 등 양국 관계 '냉각' 조짐
홍콩 언론 "코로나19 확산 후 중국-일본 관계 악화 조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전 세계에서 급속히 확산하는 가운데 일본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할 조짐을 보인다고 홍콩 명보 등이 2일 보도했다.

명보 등에 따르면 동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으로 악화했던 중국과 일본의 관계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2018년 중국을 공식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회동한 후 상당히 개선되는 조짐을 보였다.

미국과 무역전쟁을 치르는 중국은 일본을 무역전쟁의 우군으로 확보하길 원했고, 일본은 도쿄 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 등을 위해 중국과 관계 개선을 모색했다.

이러한 관계 개선은 올해 4월 시 주석의 일본 방문으로 정점을 찍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으로 시 주석의 일본 방문이 연기되고, 도쿄 올림픽 개최마저 연기되면서 양국 사이에 불었던 훈풍이 점차 사그라지는 것 아니냐는 진단이 나온다.

양국 관계의 냉각 조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은 동중국해에서 발생한 일본 해상자위대 전함과 중국 어선의 충돌 사고라고 할 수 있다.

지난달 30일 밤 일본 해상자위대 구축함과 중국 어선이 동중국해에서 충돌해 일본 구축함의 일부가 파손되고 중국 선원 1명이 경상을 입었다.

다행히 양측 모두 심각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

문제는 이 충돌 사고가 중국 본토와 매우 가까운 지점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사고 발생 지점은 일본 가고시마(鹿兒島)현 야쿠시마(屋久島)에서는 650㎞나 떨어졌지만, 중국 상하이에서는 200㎞, 중국 저장(浙江)성 저우산(舟山)에서는 불과 100㎞밖에 떨어져 있지 않았다.

일본 해상자위대 전함이 이처럼 중국 본토와 가까운 곳에서 항해했다는 것은 중국을 겨냥한 공격적인 해상훈련을 전개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낳게 한다.

중국을 자극하는 일본 고위 관료의 발언도 양국 관계의 냉각을 반영한다고 할 수 있다.

아소 다로(麻生太郞) 부총리 겸 재무상은 지난달 10일 코로나19에 대해 "우한 바이러스라고 하는 게 정확한 명칭이라고 생각한다"고 발언한 데 이어 26일에는 "세계보건기구(WHO)가 아닌 중국보건기구(CHO) 아니냐"고 발언했다.

중국이 극히 민감하게 생각하는 코로나19의 '우한 기원설'을 주장한 데 이어 WHO의 '중국 감싸기'를 비판한 것이다.

무엇보다 시진핑 주석의 '전화 외교'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빠진 것이 양국 관계의 냉각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분석이 나온다.

시 주석은 최근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해 주요 20개국(G20) 대부분의 정상과 통화하며 대책 등을 논의했지만, 아베 총리와는 아직 통화하지 않아 양국 관계의 '해빙기'가 끝난 것 아니냐는 진단을 낳게 한다고 홍콩 언론은 전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