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NA통신 캡쳐

IRNA통신 캡쳐

유럽과 이란이 미국의 대(對) 이란 제재를 우회해 서로 교역할 수 있도록 하는 금융 특수목적법인(SPV) ‘인스텍스’를 통한 거래가 처음으로 성사됐다. 발족한지 약 1년여만이다.

독일 외무부는 31일(현지시간) “인스텍스를 통해 유럽에서 이란으로 가는 의료용품 거래가 성사돼 물품이 이란 땅에 도착했다”며 “프랑스, 독일, 영국과 이란 양측은 앞으로 인스텍스를 통한 교역을 증진하도록 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인스텍스는 작년 1월 발족했다. 2015년 이란핵합의가 근거다. 당시 유럽 핵합의서명국 등은 이란이 핵 발전을 포기하는 대가로 교역 확대 등 경제적 지원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2018년 5월 미국이 이란핵합의에서 일방 탈퇴하고 대이란 제재를 재개하자 유럽 핵합의 당사국들이 이란과의 거래를 위해 인스텍스를 마련했다.

인스텍스는 미국의 대이란 달러 거래 제재를 적용받지 않는다. 결제 통화로 달러 대신 유로를 써서다. 물물교환 방식도 일부 활용한다.

예를 들어 독일 기업이 이란에 약품을 팔면, 이란은 프랑스 기업에 비슷한 규모로 소비재를 수출한다. 이후 독일 기업은 이란이 아니라 프랑스 기업으로부터 유로로 대금을 받는 식이다. 이란 현지 언론에 따르면 이번에 의약품을 수출한 독일 기업도 이란 민간 수입업자를 통해 의약품 판매 대금을 지급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스텍스는 그간 사실상 유명무실한 공전 상태였다. 미국이 이란의 인스텍스 운영 기관인 특별무역재정기구(STFI)를 제재하는 안을 검토하는 등 압박을 풀지 않아서다.

그러나 최근 이란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이 심각해지면서 인스텍스 첫 거래 물꼬가 트인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앞서 지난달 말엔 의료품 등 인도주의적 물품 거래에 한해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를 약간 완화했다. 스위스가 미국의 대이란 제재를 우려하지 않고 이란에 인도주의적 물품을 수출할 수 있도록 미국이 보장하는 인도주의적 무역협정도 체결했다.

일각에선 이번 거래가 이란핵합의 유지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란이 그간 인스텍스 가동을 핵합의 주요 요구 사항으로 내세워 와서다. 도이체벨은 “그간 유럽 기업들은 미국의 제재가 적용될까 우려해 이란과 거래를 하지 못했다”며 “인스텍스를 통해 이란과 유럽이 일부라도 교역 관계를 유지하고, 이란핵합의도 구할 수 있을 가능성이 커졌다”고 분석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