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 국면에 들어섰지만 실직과 개인의 파산이 잇따르고 있다. 지난 2월에만 800만 명이 일자리를 잃었다는 추산도 나왔다.

30일 중국 경제전문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호주뉴질랜드은행(ANZ)과 네덜란드 ING은행은 중국에서 코로나19가 맹위를 떨친 지난 2월 800만 명가량이 실직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중국 정부가 집계한 1~2월 실업자 500만 명보다 훨씬 많은 수치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한 올해 1~2월 도시 실업률은 6.2%로 2016년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이후 최고치로 뛰었다. 두 은행은 실제 실업률은 이보다 높을 것으로 분석하면서 올해 중국의 실업률이 가장 낮았던 2018년(4.9%)의 두 배 수준인 8~10%까지 치솟을 것으로 내다봤다.

개인의 파산도 늘어날 징후를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일자리를 잃어 소득이 끊기거나 수입이 줄어들면서 신용카드 사용액과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 등을 갚지 못하는 사람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중국 한 대형 시중은행의 신용카드 연체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0% 급증한 것으로 전해졌다. 베이징에 있는 온라인 대출업체 취뎬의 소비자 대출 연체율은 지난해 말 13%에서 올 2월 말엔 20%로 상승했다.

중국의 대표적 소매은행인 자오상은행 관계자는 “카드와 신용대출 연체자가 가파르게 증가하면서 집단 디폴트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며 “상환 기한을 유예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감당하기 어려워 일부 고객의 카드 사용을 중단시켰다”고 말했다.

투자은행 UBS는 가계 대출의 연체율 급등으로 올해 중국 은행들의 부실 대출 규모가 5조2000억위안(약 898조원)에 달하고 순이익은 작년보다 39% 급감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국제금융협회(IIF)가 최근 발표한 ‘코로나19로 악화하는 가계부채 부담’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글로벌 가계부채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60%가량인 47조달러에 이른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12조달러 이상 늘어난 것이다. 조사 대상 75개 국가 중 4분의 3이 금융위기 전인 2007년보다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높아졌다. 중국과 태국, 말레이시아 등은 그 비율이 15%포인트 이상 뛰었고 캐나다, 프랑스, 스위스, 스웨덴 등 선진국도 사상 최고거나 최고치에 근접했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