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코로나19)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29일 아사히신문은 지난 28일 일본 수도권을 중심으로 203명의 코로나19 감염자가 추가돼 전체 확진자 수가 2441명으로 늘었다고 보도했다. 지난 27일 확진자 수가 처음으로 100명을 넘긴 지 하루 만에 200명 선마저 돌파했다.

일본 후생노동성은 3월26~4월1일 일주일간 감염자 수를 159명으로 예상했지만 불과 사흘 만에 예상치를 넘었다. 지난 5일간 확진자 수는 587명으로 일본 전체 감염자 수의 4분의 1에 달한다. 보건당국에 비상이 걸린 건 도쿄올림픽 연기 이후 검사수를 크게 늘린 것도 아닌데 감염자 수가 폭증하고 있어서다.

집단감염이 본격화하는 조짐을 보이는 점도 일본 사회가 긴장하는 이유다. 28일 도쿄에서 발생한 감염자 63명 가운데 29명이 고토구의 한 병원에서 나왔고, 수도권인 지바현의 지적장애인 복지시설에서만 58명의 감염이 확인됐다.

오키나와 가데나 기지와 요코스카의 미 해군 7함대 소속 핵추진 항공모함인 로널드레이건호 등에서 3명의 감염자가 나오는 등 주일 미군기지에서도 확진자가 나왔다. 코로나19로 인한 일본의 사망자 수는 65명으로 늘었다.

긴장감이 느슨했던 일본의 사회 분위기도 급변했다. 벚꽃이 절정이었던 지난 20~22일 연휴기간 각지의 벚꽃놀이 명소는 평소와 비슷한 수준의 인파로 북적였다. 하지만 이번 주말(28일) 시부야, 하라주쿠, 아사쿠사, 우에노공원 등 유명 관광지는 인적이 눈에 띄게 뜸해졌다. 도쿄도가 주말 외출 자제를 요청하면서 유명 쇼핑몰과 백화점 등도 일제히 휴장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전날 저녁 수상관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사태선언을 내릴 지 말지 중요한 고비"라며 "코로나19와의 싸움은 장기전을 각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긴급사태를 선언하면 해당 지역 주민들에게 외출 자제를 요청할 수 있고 국가가 생활필수품과 임시 의료시설 설치를 위한 토지, 건물을 강제 수용할 수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