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넘어섰다. 확진자 수가 10만명을 넘은 건 전 세계에서 미국이 처음이다. 이탈리아에선 이날 하루 새 1000명에 육박하는 사망자가 발생하는 등 최악의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영국에선 보리스 존슨 총리가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맷 핸콕 보건장관도 양성 판정을 받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통계전문 사이트 월도미터에 따르면 28일(한국시간) 오전 5시30분 기준 세계 코로나19 확진자는 59만15명에 달한다. 전날 같은 시간(53만1810명) 대비 5만8205명 늘었다. 사망자는 2만6939명이다.

미국의 누적 확진자는 10만392명으로, 전 세계에서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었다. 이날 하루새 1만4957명의 신규 확진자가 발생했다. 이탈리아(8만6498명)와 중국(8만1340명)을 훨씬 웃돈다. 이어 △스페인(6만4509명) △독일(5만871명) △프랑스(3만2964명) △이란(3만2332명) △영국(1만4543명) 등의 순이다.

미국에서 코로나19 환자가 가장 많이 발생한 뉴욕주에서는 하루 새 환자가 7300여명 늘었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주지사는 지금부터 21일 후에 신규 확진자 발생이 정점이 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때는 뉴욕주에 14만개의 병상이 필요한 것이라는 게 쿠오모 주지사의 설명이다. 뉴욕에선 경찰관과 소방관 등 공공 서비스 종사자들까지 코로나19에 집단 감염됐다. 뉴욕경찰서(NYPD)에서는 경찰관 등 최소 512명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을 받았다. 뉴욕소방서에서도 소방관과 응급의료 요원, 일반 직원 등을 포함해 최소 206명이 양성 진단을 받았다.

이탈리아에선 코로나19 사망자가 하루만에 1000명 가까이 발생하는 등 최악의 인명 피해가 이어지고 있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이날 오후 6시 기준으로 누적 사망자 수가 9134명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날 대비 969명(11.9%) 증가했다. 하루 기준 사망자 증가 수치로는 이탈리아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최고치다. 누적 확진자 수는 전날 대비 5959명 늘어난 8만6498명이다. 누적 확진자 수 대비 사망자 수를 나타내는 치명률은 10.56%다.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코로나19 확산세가 조만간 정점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바이러스 분야 최고 전문기관인 국립 고등보건연구소(ISS)의 실비오 브루사페로 소장은 “지난 20일 이래 감염자 증가 곡선이 명백한 둔화 조짐을 보였다”며 “수일 내에 확산세가 절정에 달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탈리아 정부도 내달 3일까지로 예정된 전국 이동제한령과 휴교령 시한을 연장할 계획이다.

스페인에서도 이날 하루새 코로나19 사망자가 769명 발생했다. 누적 사망자는 4858명에 달한다. 스페인은 전 세계에서 이탈리아에 이어 코로나19 사망자가 가장 많다. 누적 확진자 수도 6만4059명으로 전날 대비 7871명 늘어났다. 이탈리아와 함께 국가의료시스템이 붕괴 직전에 몰린 스페인에선 의료진 감염도 속출하고 있다. 현지 일간 엘파이스에 따르면 9444명의 의료진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전체 확진자 중 의료진 감염 비율은 14.7%에 달한다. 전 세계에서 의료진 감염비율이 두 자릿수에 달하는 국가는 스페인이 유일하다.

영국에선 보리스 존슨 총리가 확진 판정을 받은 데 이어 맷 핸콕 보건장관도 양성 판정을 받았다. 최고의료책임자인 크리스 휘티 교수도 코로나19 의심증상을 보여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이날 진행된 정례 기자회견은 존슨 총리와 맷 핸콕 장관, 휘티 교수를 대신해 마이클 고브 국무조정실장이 진행했다. 영국 보건당국에 따르면 누적 확진자는 1만4543명에 달한다. 사망자는 759명이다.

확진자와 사망자가 연일 증가하자 잉글랜드와 웨일스 경찰은 이날부터 정부의 이동제한 조치를 어기고 외출한 시민들에게 벌금을 부과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앞서 영국 정부는 지난 23일부터 필수품을 사기 위한 쇼핑, 운동, 치료 및 필수적 업무를 위한 출퇴근 외에는 외출을 제한하고 있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