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가 사흘 연속 튀어오르며 20% 넘게 반등하자 ‘베어마켓(하락장)’에서 탈출했다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에서 중국을 앞서며 최악으로 치닫고 있지만 증시는 이미 최악을 벗어난 것 아니냐는 전망이다.

26일(현지시간)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1351.62포인트(6.38%) 뛴 22,552.17로 마감했다. 사흘간 약 24% 올라 지난 11일 진입했던 하락장에서 벗어났다. 월가에서는 주가지수가 저점에서 20% 이상 오르면 ‘불마켓(강세장)’ 진입, 최고점에서 20% 내리면 베어마켓에 진입한 것으로 본다. 이날 각각 6.24%, 5.60% 상승한 S&P500지수와 나스닥지수도 최근 저점에서 19.99%, 17.58% 올라 강세장 진입을 앞뒀다. 다우지수의 반등세가 큰 것은 구성 종목인 보잉이 사흘간 70% 넘게 폭등한 덕분이다.

이날 발표된 지난주(15~21일) 실업급여 청구 건수는 328만3000건으로 기존 최대 기록인 1982년 제2차 오일 쇼크 당시 69만5000건을 크게 넘어섰다. 전주(28만1000건)에 비하면 열 배 이상 폭증했다. 그럼에도 주가가 큰 폭의 반등세를 이어간 것은 초강력 경기부양책 시행을 앞둬 투자자의 기대는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날 밤 미국 상원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한 2조달러 규모의 부양 법안을 통과시켰다. 27일 하원을 통과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서명을 거쳐 발효된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무제한 양적완화(QE) 등 적극적 통화정책이 본격화하면서 금융시장도 상당폭 안정을 되찾았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이날 “탄약이 바닥나지는 않을 것”이라며 경기 둔화에 대응해 어떤 일이든 하겠다고 말했다. Fed의 자산은 이날 5조2540억달러로 불어났다. 지난 2주간 9423억달러를 채권 매입 등에 쏟아부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낙관론자들은 반등 원인으로 통화 및 재정 부양책을 들고 있지만 많은 투자자는 하락장에서도 큰 규모의 반등 랠리가 발생한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이번 반등에는 기술적 요인도 가세한 것으로 분석된다. 마르코 콜라노비치 JP모간 퀀트·파생전략 총괄은 “최근 여러 투자자가 (마진콜과 강제매매 등으로) 매우 낮은 비중의 주식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 몇 주, 몇 달간 최대 8000억~9000억달러의 리밸런싱(자산 재조정) 수요가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솔리타 마르셀리 UBS 글로벌웰스매니지먼트 부대표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시장이 약간 반등하고 있지만 이게 지속될 것이란 의미는 아니다”며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불확실성이 많다”고 말했다.

뉴욕=김현석 특파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