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벌 베니 간츠, 코로나19 언급하며 연정 구성에 협력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베냐민 네타냐후(70) 이스라엘 총리의 정치적 운명에는 훈풍이 되고 있다.

지난 2일(현지시간) 총선 이후 실각 위기에 놓였지만 라이벌인 중도파 베니 간츠(60)가 연립정부 구성에 협조하기로 하면서 총리직을 유지할 공산이 커졌기 때문이다.

타임스오브이스라엘 등 이스라엘 언론은 26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가 총리직을 번갈아 맡는 연립정부를 구성할 것으로 전해졌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가 새 연립정부에서 내년 9월까지 18개월 동안 먼저 총리직을 수행하고 그 후 간츠가 30개월 동안 총리를 맡는 방안이 유력하다.

간츠가 네타냐후 총리의 연정 협상 제안을 사실상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네타냐후 코로나19로 기사회생…재판연기 이어 총리직 유지할듯

네타냐후 총리는 그동안 코로나19에 대응할 비상 내각이 필요하다며 자신이 먼저 총리직을 맡는 연정을 제시해왔다.

그러나 그동안 간츠는 부패 혐의에 휘말린 네타냐후 총리가 이끄는 연정에 참여할 수 없다고 거부해왔다.

간츠 대표는 연정에 관한 입장을 바꾼 이유로 코로나19를 거론했다.

그는 27일 자신의 트위터에서 "나는 이스라엘이 코로나바이러스 위기에 대응하는 힘든 시기에 국가를 '4번째 선거'로 끌고 가서는 안 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스라엘 내 코로나19 감염자는 26일 기준으로 2천693명으로 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앞서 이스라엘에서는 지난해 4월과 9월 총선 이후 네타냐후 총리나 간츠가 연정을 구성하지 못하면서 1년 사이 총선을 세 차례나 치르는 혼란이 이어져 왔다.

중도 정당 '청백당'(Blue and White party)을 지휘해온 간츠는 지난 18일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에 의해 총리 후보로 지명됐지만, 이번에도 연정 구성이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네타냐후 총리를 퇴진시켜야 한다며 간츠를 총리 후보로 밀었던 군소 정당들의 노선이 크게 달랐기 때문이다.

특히 극우 정당 '이스라엘 베이테누당'과 아랍계 정당들의 연합인 '조인트리스트'는 팔레스타인 문제 등 안보 분야에서 크게 대립해왔다.

리블린 대통령은 그동안 네타냐후 총리와 간츠에게 비상 내각을 구성할 것을 압박해왔다.

결국 간츠는 중도좌파 진영으로는 크네세트(의회) 120석의 과반(61석)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네타냐후 총리와 손잡기로 마음을 바꾼 것으로 관측된다.

이에 따라 작년 2월 창당한 최대 야당 청백당은 간츠의 '이스라엘 회복당', 야이르 라피드의 '예시 아티드'(Yesh Atid) 등 여러 정당으로 다시 나뉘었다고 이스라엘 언론이 전했다.

네타냐후 코로나19로 기사회생…재판연기 이어 총리직 유지할듯

앞서 코로나19 사태로 네타냐후 총리의 부패 혐의 재판이 연기됐다.

지난 10일 네타냐후 총리는 코로나19 확산을 막는다며 10명이 넘는 집회를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이스라엘 법무부가 법원에 비상사태를 선포했고 당초 지난 17일 열릴 예정이었던 네타냐후 총리의 첫 재판도 5월 24일까지 두 달이나 미뤄졌다.

네타냐후 총리는 작년 11월 뇌물수수와 배임, 사기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궁지에 몰렸던 네타냐후 총리는 연정 구성과 재판 연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네타냐후 총리는 이스라엘의 '스트롱맨'으로도 불리며 장기 집권 중인 우파 지도자다.

총리직 재임 기간이 모두 14년으로 이스라엘 역사상 가장 길다.

그는 1996년부터 1999년까지 총리를 지냈고, 2009년 두 번째 총리직에 오른 뒤 10년 넘게 계속 집권해왔다.

팔레스타인 자치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에서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유대인 정착촌을 계속 건설하는 등 영토 및 안보 분야에서 강경한 정책을 고수해왔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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