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이탈리아·스페인 등은 지지…독일·네덜란드 등은 반대
EU 회원국, 코로나19 대응 공동채권 발행 놓고 충돌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따른 경제적 악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부심하고 있는 가운데 그 방안 중 하나로 거론되는 유로존 공동채권 발행 문제를 놓고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EU 27개 회원국 정상들은 26일(현지시간) 코로나19 대응 방안을 조율하기 위한 화상회의에서 유로존(EU에서 유로화를 사용하는 19개 회원국) 공동 채권을 발행 문제를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위 '코로나 채권'으로 불리는 이 방안은 2010년 유로존 재정 위기를 계기로 제기된 '유로본드'와 유사한 구상이다.

유로본드는 회원국들의 재정 리스크를 분담하기 위해 회원국이 개별적으로 발행하는 국채를 대신해 회원국 공동으로 발행하는 채권으로, 각 회원국이 공동 지급 보증하는 방식 등이 제안됐으나 회원국 간 입장 차이가 너무 커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재정이 취약한 회원국은 차입 비용과 신용 리스크를 낮춰 경제적 압박을 완화할 수 있지만, 재정이 우수한 회원국의 경우 자금 조달 비용 상승, 신용도 하락 등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19로 EU 경제에 타격이 커지자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그리스를 비롯한 9개 국가 정상들은 전날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 앞으로 서한을 보내 공동채권 발행을 공개적으로 촉구하고 나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도 최근 열린 유로존 재무장관 화상회의에서 유로존 정부들의 공동채권 발행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방안은 이탈리아 등 코로나19의 타격이 큰 회원국들이 낮은 이율로 돈을 빌려 병원 지원이나 기업들의 도산을 막는 조치에 사용하도록 할 수 있다.

그러나 그동안 유로본드에도 반대해왔던 독일과 네덜란드를 비롯해 오스트리아, 핀란드 등은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대국의 한 외교관은 로이터 통신에 "우리나라는 코로나 채권에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이것은 현시기에 위기에 대한 올바른 해법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 같은 논쟁은 부유한 북부와 상대적으로 가난하고 부채율이 높은 남부 회원국 간 해묵은 갈등을 다시금 촉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독일 투자은행 베렌버그의 한 이코노미스트는 AP통신에 EU 회원국들이 코로나19 위기 상황에서 필요한 연대를 보여주는 데 미치지 못하고 있다면서 이에 따라 남부 유럽에서 북부에 반대하는 여론이 생길 위험이 있으며, 이는 향후 EU와 유로존 내 협력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내다봤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