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부활한 날로 만들고 싶다
침체 피해, 바이러스 못지않아"

행정부 안팎 우려 목소리 쇄도
전문가 "날짜 못 박지 말아야"

합참의장 "늦으면 7월까지 갈 듯"
정작 백악관은 "뉴욕 방문자 격리"
< 야외 인터뷰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야외 인터뷰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폭스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방역 전문가들의 경고에도 향후 3주 내 ‘경제 활동 재개’를 원한다고 밝혔다. 방역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차단을 위해선 아무리 일러도 이보다 더 많은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고 있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주도 “셧다운(일시적 영업정지)을 6~10주간 계속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경제계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간)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부활절(4월 12일)까지 이 나라를 다시 열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활절은 다른 이유로 중요하지만, 이 이유(경제 활동 재개)로도 부활절을 중요한 날로 만들 것”이라고 했다.

2016년 대선 때 트럼프 캠프에 몸담았던 경제학자 스티븐 무어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부활절이 “경제적 부활”을 위한 날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미국인들에게 ‘15일간 외식·쇼핑·여행과 10인 이상 모임 금지’를 권고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주별로는 상점 영업 제한, 자택대피령 등 훨씬 강력한 조치를 발동하고 있다.

이로 인해 경기침체가 우려되고 그 피해가 바이러스 못지않게 크다는 게 트럼프 대통령의 판단이다. 그는 폭스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가 차원의) 폐쇄를 하면 나라를 파괴할 수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만 방역조치 완화 여부를 결정하되 사실과 자료를 바탕으로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코로나19 태스크포스’ 기자회견에서 ‘어느 지역에 대해 가이드라인을 풀어줄 수 있느냐’는 질문에 “팜 벨트(중서부 농업지대)와 서부, 텍사스를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 안팎에선 우려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태스크포스에 참여하고 있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장은 트럼프 대통령의 시간표에 대해 “날짜를 검토할 순 있지만 매우 유연해야 한다”며 특정 날짜를 못 박는 데 거리를 뒀다. 그는 지난 20일 한 방송 인터뷰에선 “코로나19가 잡히기까진 몇 주(several weeks, 7주 이상)가 걸릴 것”이라고 했다.

마크 밀리 미 합참의장도 이날 군인들과의 화상미팅에서 미국이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승리하는 시점에 대해 “아마도 5월 말이나 6월이고 늦으면 7월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도 코로나19가 잡히는 시기를 “7~8월”이라고 했다.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백악관이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를 조기에, 필요한 일정보다 훨씬 빨리 완화하면 (코로나19의) 정점을 상승시키거나 정점에 이르는 시점을 지연시킬 위험성을 높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게이츠 창업주도 이날 테드(지식 콘퍼런스) 강연에서 ‘경제와 방역 간 절충점이 있느냐’는 질문에 “절충점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경제 성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일부 정치인이 있다는 이유로 시신 더미는 무시한 채 사람들에게 식당에도 가고, 집도 사라고 하는 것은 냉정하다”고 했다. 직접 이름을 밝히진 않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을 비난한 것이다. 그는 오래전부터 자신과 부인의 이름을 딴 ‘빌앤드멀린다게이츠재단’을 통해 전염병 퇴치 등에 힘써왔다.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지금은 방역 전문가 말을 듣고 증거에 기반해 결정해야 할 때”라고 비판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친트럼프계 중진인 린지 그레이엄 상원의원 등으로부터 반대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부활절께 경제활동 재개" vs 빌 게이츠 "10주 셧다운 해야"

데비 벅스 백악관 코로나19 조정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뉴욕을 다녀온 모든 사람은 앞으로 14일간 자가 격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욕이 미국 내 코로나19의 최대 진원지가 된 데 따른 조치다. 25일 현재 미국 내 코로나19 확진자는 전날보다 1만1000명 이상 늘어나며 5만5000명에 육박했다. 이 중 절반가량인 2만6000여 명이 뉴욕주에서 발생했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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