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인프라 열악·밀집 주거환경이 바이러스 대응 '걸림돌'
인도 '전국 봉쇄령'에도…커지는 코로나19 확산 우려

인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전국 봉쇄령'까지 내렸지만, 감염 확산 가능성 등의 우려는 여전하다고 외신과 현지 언론이 25일 보도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전날 밤 TV 연설을 통해 "오늘 자정부터 21일 동안 전국에 봉쇄령을 내린다"고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인구 13억5천만명의 인도에도 최근 코로나19 확진자가 증가하자 아예 전 국민의 이동과 경제활동을 막는 '초강수'를 둔 것이다.

코로나19의 발원지인 중국에서조차 도입하지 않은 강력한 대책이다.

인도 '전국 봉쇄령'에도…커지는 코로나19 확산 우려

인도가 엄청난 경제적 충격을 감수하면서 이례적 조치를 도입한 것은 그만큼 사정이 절박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도의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25일 오전 기준 519명으로 공식 집계됐다.

중국, 미국, 유럽 등에 비하면 수가 매우 적은 편이다.

하지만 인도는 방역 인프라가 허술해 바이러스가 한 번 퍼지면 이를 사실상 통제하기 어렵다고 정부가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한국 같은 대량 검진·감염자 밀착 추적 같은 방식 대신 아예 국경을 막고 국민의 이동을 제한하는 식으로 강경 대응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도 인도가 과연 코로나19의 확산을 막아낼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무엇보다 열악한 의료 환경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다.

우선 코로나19 검사 수가 24일 현재 1만5천건에 불과하다.

한국의 35만건과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적은 수치다.

한국 수준으로 검사 수를 늘리면 실제 감염자 수는 폭증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O.C. 아브라함 인도 크리스천의대 교수는 CNN방송에 "인도는 한국이 한 것처럼 광범위한 검사를 시행하고 감염자를 격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인도는 장비 부족으로 무차별적인 검사는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발람 바르가바 인도 의학연구회 사무총장은 "인도의 최대 검사 역량은 1주일에 6만∼7만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바이러스가 크게 확산할 경우 이를 감당할 인프라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료에 따르면 인도의 병상 수는 1천명당 0.5개로, 같은 기준으로 3.1개인 이탈리아나 12개인 한국보다 크게 적다.

인도의 국내총생산(GDP)에서 의료보건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은 3.7%로 세계 평균 10%에 크게 못 미친다.

인도 '전국 봉쇄령'에도…커지는 코로나19 확산 우려

인도의 생활 환경도 바이러스 확산의 우려를 키우고 있다.

1㎢당 455명에 달할 정도로 인구밀도가 높은 상황에서 국민 대부분이 좁은 공간에 밀집해 생활하기 때문이다.

BBC방송은 "인도 가구의 75%가량은 방 두 개 이하의 작은 집에서 5명이 사는 식"이라며 "방 하나에 3명이 사는 것도 흔한 일"이라고 말했다.

CNN방송은 특히 저소득층의 주거 환경을 우려했다.

방송이 인용한 인도 정부의 2011년 통계에 따르면 인도 도시 거주자의 29.4%가 '슬럼'으로 알려진 빈민촌에 살고 있다.

화장실은 물론 식수조차 부족한 이런 곳에 바이러스가 퍼지면 수만 명 이상이 한 번에 감염될 수 있는 것이다.

벨루르 프라브하카르 미국 일리노이대 미생물·면역학 교수는 "인도 같은 나라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실행하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미국의 공중보건 전문가 라마난 랙스미나라얀은 인도 인구의 20%인 3억 명 가까운 사람이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당초 인구의 60%, 8억 명까지 코로나19에 감염될 수 있다고 예상했으나, 봉쇄령 등 인도 정부의 강력한 통제책을 고려해 감염자 수 전망을 낮췄다고 밝혔다.

다만 인도의 젊은 층 비중이 크고 복제약 등 제약산업이 발달했다는 점은 코로나19 대응에 유리한 점으로 평가받는다.

월스트리트저널(WP)은 최근 보도에서 이런 점을 언급하며 "코로나바이러스가 독감의 패턴을 따른다면 확진 사례는 기온이 높아지는 5~6월에 적어질 수 있다"며 기대 섞인 전망도 제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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