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SJ "미 유통업체, 코로나19 '변수'에 역풍…수요 예측 모두 어긋나"
유통업체들 "공급망 붕괴 공포"…중간 유통단계 건너뛰고 소매업체에 직배송도
"비용 절감하려 재고량 대폭 줄였더니" 코로나19로 '물류 대란'
미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인한 생필품 사재기로 몸살을 앓는 가운데, 유통업체들이 비용 절감을 위해 재고량을 대폭 줄인 것이 물류 대란을 악화시킨 또 다른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 20년에 걸쳐 '크로거'와 같은 미국의 대형 오프라인 소매유통업체들이 수개월 치씩 쌓아놓던 재고량을 4~6주 정도 분량으로 줄였는데,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역풍을 맞았다고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국 곳곳에서 마트에 쌓아둔 재고가 며칠 만에 동이 나는 전례 없는 상황이 벌어지자 제조·유통·소매업체들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미국 식료품 제조사인 제너럴 밀스의 제프 하머닝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모두 놀랐다.

솔직히 말하면 미국이나 그 어느 곳에서도 많은 재고량을 갖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이들은 밀가루와 파스타 면 등을 자체 창고에서 보관하는 대신 바로 소매업체 매장 창고로 배달하는 등 중간 공급망을 건너뛰며 동분서주하고 있다.

할수 있는 한 많은 식품을 생산하고 가능한 한 빨리 배송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하머닝 CEO에 따르면 소매업체들도 이달 수요 예측이 완전히 어긋나자 제조업체와 직접 대화하면서 실시간으로 주문 물량을 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비용 절감하려 재고량 대폭 줄였더니" 코로나19로 '물류 대란'
WSJ은 유통업체들이 1990년대 초 경기 침체 이후 이윤을 극대화하는 과정에서 재고량을 서서히 줄여왔다고 설명했다.

수요에 맞춰 가능한 한 적은 양의 상품을 생산하고, 유통하고, 최소한의 재고를 남겨 비용을 절감한 것이다.

실제로 물류 센터의 수용량을 줄임으로써 소매상들은 임대료, 공공요금, 노동력을 절약했고, 유통업자들은 연료와 임금을 아꼈다.

제조업자 입장에서도 팔리지 않은 재고가 줄어드니 불필요한 지출도 준 셈이다.

이는 유통업계뿐만 아니라 자동차 업계 등 다른 산업군에서도 비슷하게 나타났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사이트인 아마존닷컴은 적극적으로 이러한 전략을 받아들여 소매 시장 전체에 변화를 일으키기도 했다.

그러나 WSJ은 이 같은 시스템이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돌발적인 변수에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주요 식품업체들은 3개월 치 물량이 단 10일 만에 모두 팔려나갔다고 호소했고, 손 세정제와 위생용품에 머물렀던 사재기 현상은 식품류로 번졌다.

유통 컨설턴트 업체인 블루 욘더에 따르면 1천명의 쇼핑객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약 90%의 구매자들이 일부 상품의 공급이 끊긴 것을 경험했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거대 식품기업 크래프트하인즈의 미겔 패트리시오 최고경영자(CEO)는 전체 공급망이 수요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있다며 "가장 큰 공포는 '공급망이 무너지면 어쩌지?'라는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화물 운송 추적업체 프로젝트44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19일까지 5일간 미국 내 트럭 운송은 작년 동기 대비 평균 56% 증가했다.

또 지난주 하루 평균 운송 물량은 작년 최고점을 찍었던 추수감사절 직전 주보다 무려 17%나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 절감하려 재고량 대폭 줄였더니" 코로나19로 '물류 대란'
아마존은 그간 재고량을 2개월 미만으로 유지해온 판매자들에게 인센티브를 제공해왔다.

판매자들은 재고가 부족할 경우 아마존으로부터 받는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상품의 가격을 올려 수요를 조절해왔다.

그러나 최근 아마존이 마스크나 손 세정제 등 특수 품목의 가격을 올린 판매자들에게 벌금을 물리면서 일부 업체들은 해당 상품의 재고 전량을 판매하고 있다.

아마존은 가능한 한 빨리 물량을 조달할 수 있도록 식료품과 유아용품, 건강 및 위생용품을 제외하고는 창고 선적을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