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책임론' 제기하는 미국 겨냥…"늑대 전사식 외교" 지적도
전문가들 "중국내 민족주의 자극" "외교관 경력관리와도 관련"

중국의 외교관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맞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전매특허인 트위터를 활용해 '외교전쟁'을 펼치고 있다.

중국 외교관들의 '트위터 전쟁 참전'은 주로 코로나19 중국 책임론을 제기하는 미국을 상대로 이뤄지고 있다.

외교 전문가들과 일부 언론은 코로나19와 관련한 트위터 전쟁에 가담한 중국의 외교관들을 중국의 인기 영화였던 '전랑(戰狼·늑대 전사라는 뜻)'에 빗대 "중국 외교관들이 '전랑식 외교'를 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코로나19에 '트위터전' 벌이는 중국 외교관들…"늑대전사 자임"
홍콩의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4일 "중국의 '전랑 외교관들'이 코로나바이러스 기술에 대한 통제를 위해 트위터상에서 전쟁을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코로나19의 초기 국면에서는 방역에 치중했으나 확산세가 한풀 꺾이자 대외적으로 중국의 방역 노력과 다른 국가들에 대한 의료 지원을 부각하고, 미국이 제기한 중국 책임론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이러한 중국의 대외 공세에는 인민일보(人民日報)와 글로벌타임스 등 중국 관영 매체와 외교관들이 전면에 섰으며. 주요 플랫폼이 트위터다.

SCMP에 따르면 중국의 외교관 가운데 최소 115명이 코로나19와 관련한 트위터 전쟁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인물이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이다.

화 대변인은 미국 쪽에서 '코로나19 은폐론'이 제기되자 지난 19일 "중국은 1월 3일 이후 미국에 코로나바이러스 상황과 대응 관련 정보를 제공해왔다…그런데 이제 중국이 (정보 제공을) 늦췄다고 비난하느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모건 오테이거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다음날 "1월 3일까지 중국 당국은 이미 코로나19 바이러스 샘플을 파괴하라고 명령했으며, 우한 의사들의 입을 막고 온라인에서 대중의 우려를 검열했다"고 반박했다.

이에 화 대변인은 지난 21일부터 무려 5차례 트위터 글을 올려 방어와 재반격에 나섰다.

앞서 중국 외교관 가운데 대표적인 트위터 사용자인 자오리젠(趙立堅)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을 겨냥해 '도발적인' 트윗을 날렸다.

그는 지난 12일 "미군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우한에 가져왔을 수도 있다"고 트윗을 하면서 '미국 음모론'을 제기했다.

자오 대변인은 43만여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중국의 대표적인 트위터 이용자다.

그는 2010년부터 트위터를 사용했으며, 외교가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전문가들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한 중국 외교관들의 트위터 대응에 대해 국제적인 여론에는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지만 중국 내 민족주의를 자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위안정 영국 리드대 강사(언론학)는 "중국의 외교관들이 서방의 외교관이나 여론에 맞서 트위터로 싸우는 것은 일정 정도 민족주의를 자극할 것"이라면서 "리원양 사망과 같은 중국 당국에 껄끄러운 이슈에 대한 관심을 돌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외교관들의 경력 관리 차원에서 나온 것이기 때문에 호전적인 목소리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트위터는 중국내에서는 공식적으로 사용이 금지돼 있다.

하지만 중국의 외교관들은 자국에 대한 비판에 보다 직접적이고 공세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몇해전부터 트위터를 외교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다.

특히 중국 외교관들은 신장(新疆)위구르(웨이우얼) 자치구내 '재교육 수용소',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대만 문제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트위터를 활용해 자국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중국내 인터넷 이용자 가운데 부유층과 지식인측을 중심으로 10% 정도가 당국의 통제를 피해 트위터에 우회적으로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