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발빠른 대처·조기검사·광범위 추적" 극찬
"다른 나라들엔 정치적 의지·공공의 의지와 함께 '시간'이 가장 큰 장애물"
NYT "한국, 코로나19에 공격적 대응…미국·유럽은 늦었을 수도"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23일(현지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한 한국의 대응 방식을 격찬하면서 정부의 빠른 개입과 광범위한 검사 수, 끈질긴 감염자 추적 등을 그 근거로 들었다.

다만 한국 사례를 확산일로를 걷는 미국·유럽 등 다른 국가에 적용하려면 정치적 의지와 다소 늦어버린 시간 등이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이날 '한국은 어떻게 (발병) 곡선을 평평하게 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한국은 지난달 29일 909건의 신규 확진자를 보이며 위기에 처했지만 1주일도 안 돼 신규 확진자가 절반으로 주는 등 계속 하락곡선을 그렸다고 보도했다.

특히 세계에서 코로나19 대규모 발병을 진정시킨 나라는 한국과 중국 두 나라뿐인데, 한국의 방식은 이동·언로를 제한한 중국이나 경제적 피해를 주는 봉쇄정책을 펴는 유럽·미국과 다르다고 강조했다.

NYT가 주목한 한국으로부터의 첫 '교훈'은 '정부의 재빠른 개입'이다.

지난 1월 한국에서 첫 확진자가 나온 지 1주일 만에 정부 관계자들은 의료업체들을 접촉해 긴급 승인을 약속하며 코로나19 진단 키트 개발을 촉구했다.

그로부터 2주일 뒤 수천 개의 키트가 매일 출하됐고, 현재 하루 10만개의 키트를 생산하고 있다.

정부는 지역 교회를 통해 급속도로 감염이 확산한 대구에 신속한 비상조치를 취했다.
NYT "한국, 코로나19에 공격적 대응…미국·유럽은 늦었을 수도"
조기에 자주, 안전하게 시행한 검사도 한국 대응 방식의 특징이다.

NYT는 "한국은 어떤 나라보다 훨씬 더 많이 검사해 감염자를 격리·치료했다"며 "인구 비율로 보면 미국의 40배가 넘는 30만 건 이상 검사했다"고 전했다.

한국 정부가 병원 포화를 막기 위해 600개의 검사센터를 열었고, 50개의 '드라이브 스루'를 통해 차 안에서 검사를 받는다는 사실도 설명했다.

NYT는 "드라이브 스루 검사는 10분이 걸리고, 몇시간 내에 결과가 나온다"고 전했다.

이어 NYT는 감염자에 대한 추적·격리·감시는 외과의가 암을 제거하듯 바이러스를 썰어내면서 감염 네트워크를 조기에 식별할 수 있게 한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한국 보건당국은 보안 카메라와 신용카드 기록, 심지어 자동차와 휴대전화의 GPS 데이터까지 활용해 환자 움직임을 추적한다고 덧붙였다.

해외 방문자는 셀프 체크 스마트폰 앱을 내려받아야 한다는 점도 소개했다.

새 확진자가 나올 때마다 휴대전화가 울리고, 감염자들의 버스를 언제 타고 내렸는지, 마스크를 쓰고 있었는지도 공개한다고 적었다.

또 TV 방송과 지하철역 안내방송, 스마트폰 알림 등은 마스크 착용과 사회적 거리 유지 등에 대한 경보도 끝임없이 울린다고 했다.

NYT는 "여론조사에 따르면 한국민 다수는 정부의 이런 노력을 인정하고, 자신감이 높고, 공황 상태가 낮고, 사재기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수천 명의 사람이 감염됐을 때 정부는 처음에는 무사안일한 것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며 초기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한국 등에서 배운 교훈을 적용하라"고 각국에 촉구하기도 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스테판 뢰벤 스웨덴 총리는 최근 문재인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도움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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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런 한국 모델이 감염 확산을 겪는 다른 나라에도 적용 가능할지를 놓고는 적지 않은 장애물이 존재한다고 신문은 지적했다.

NYT는 '정치적 의지'를 하나의 장애물로 언급한 뒤 "많은 정부가 위기 수준의 발병이 없는 상황에서 부담스러운 조치를 주저했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장애로 '공공의 의지'를 적시하면서 "한국은 많은 국가, 특히 양극화와 포퓰리즘적 반발에 시달리는 서구 민주국가보다 사회적 신뢰가 높다"고 말했다.

한국인들은 코로나19로 인한 사생활 상실을 필요한 절충으로 받아들인다고 NYT는 전했다
가장 큰 도전은 '시간'이라는 게 NYT 지적이다.

기모란 국립암센터 교수(대한예방의학회 코로나19 대책위원장) 교수는 전염병에 깊이 빠진 국가가 한국처럼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것은 "너무 늦을 수 있다"고 말했다.

스콧 고틀립 전 미 식품의약국(FDA) 국장은 트위터에서 한국은 스마트하고 공격적인 공중보건으로 코로나19를 이길 수 있음을 보여줬다면서도 "(다른 나라들이) 한국과 같은 결과를 얻을 기회를 놓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NYT는 "심각한 타격을 입은 국가들은 한국 선례를 따르지 않았다"며 "일부가 감염이 가속화된 후 모방에 관심을 보이지만 통제할 수 없을지 모른다"고 밝혔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