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은 조만간 '영업 재개' 상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6일 발표한 '사회적 거리 두기' 등 가이드라인 기한이 오늘 30일로 다가오는 가운데 경제적 충격파 등을 감안해 봉쇄 조치를 완화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태스크포스(TF) 브리핑에 나서 "(연방정부의 봉쇄 조치가) 3∼4개월보다 훨씬 더 빨리 풀릴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우리는 (경제) 재개 시점에 대해 들여다보고 있다"며 "이 보이지 않은 적을 제거하기 위해 '셧다운'을 꽤 잘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우리는 우리나라(미국)를 다시 열려고 한다"며 "미국은 셧다운 되기 위해 건설된 것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를 독감이나 교통사고에 빗대기도 했다. 그는 "매우 활발한 독감 시즌이고, 사망자 수가 5만명 이상으로 늘어날 수도 있을 것"이라면서 "자동차 사고는 우리가 말하는 그 어떤 수치보다도 훨씬 더 크다"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우리가 모두에게 더 이상 차를 운전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며 "그래서 나라를 열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워싱턴포스트(WP)는 "매년 미국에서 자동차 사고로 사망하는 숫자는 4만 명 이하"라고 지적했다. WP는 "총기 사고로는 더 많은 사람이 죽고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내용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경제자문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했던 케이시 멀리건 시카고대 교수는 이날 "바이러스를 늦추기 위해 경제 활동을 중단하려는 노력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 더 큰 피해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멀리건 교수는 "섹스가 위험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을 때 밖으로 나와 더 이상 섹스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하는 것 같다"며 "어떻게 하면 덜 위험하게 성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사람들에게 알려줘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반대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많은 경제학자들은 현재의 활동 제한이 감염률을 낮춰 장기적으로 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설명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상이 위험하다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 시절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제이슨 퍼먼 하버드대 교수는 "지금 건강과 경제 사이에 '트레이드오프'(하나를 달성하려고 하면 다른 목표의 달성이 늦어지거나 희생되는 것)가 있다는 생각은 크게 잘못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퍼먼 교수는 "우리 경제를 해치는 것은 바이러스고, 그 바이러스를 막으려는 모든 사람들은 그것이 우리 경제에 끼치는 피해를 제한하면서 궁극적인 회복에 도움을 주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톰 잉글스비 존스홉킨스대 보건안전센터 소장은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해 적극적인 대책을 세우지 않으면 결과적으로 감염률과 사망률이 치솟는 이탈리아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잉글스비 소장은 "미국은 이 조치의 긍정적인 효과를 보기 위해 '2주'가 필요할 것이며 이를 포기한다는 것은 미국 의료 시스템이 견딜 수 있는 것보다 훨씬 많은 수의 환자들이 전국적으로 병에 걸릴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