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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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EU)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항공편 등 교통편 취소가 잇따르면서 해외에 발이 묶인 자국민 귀환을 서두르고 있다. EU는 유럽인들이 코로나19를 전 세계에 전파하고 있다는 ‘가짜뉴스’로 자국민 송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불만을 터트리고 있다.

EU 27개 회원국 외무장관들은 23일(현지시간) 화상회의를 열고 해외에 고립된 EU 시민들을 송환하기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EU 외무장관 역할을 맡고 있는 조셉 보렐 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해외에서 본국 귀환을 원하는 EU 시민들이 30만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EU는 해외에 발이 묶인 주재원 및 여행객들을 대상으로 송환을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해외에 영구 거주하는 교민들은 송환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보렐 대표는 “EU의 자국민보호 정책은 (해외에 거주하는) 수만명의 교민들을 대상으로 마련된 것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아시아와 남미, 아프리카에서 송환을 원하는 자국민들이 많다”며 “특히 남미와 남아시아 등 20개 지역에서 항공편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유럽인을 태운 비행기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가져온다는 포퓰리스트들이 많다”고 주장했다.

이는 스페인 정부가 지난 20일 EU 시민 190명을 데려오기 위해 보낸 전세기 착륙을 에콰도르 지방정부가 거부한 조치를 비판한 것이다. 보렐 대표는 전직 스페인 외무장관 출신이다.

에콰도르 제2의 도시인 과야킬의 신티아 비테리 시장은 “비행기엔 마드리드에서 출발한 승무원 11명이 타고 있다”며 “승무원들을 이 도시에 머물게 할 수 없다”고 착륙을 거부했다. 과야킬시 정부는 항공기 착륙을 막기 위해 활주로에 차량들을 세웠다.

보렐 대표는 “코로나19를 일종의 ‘유럽병’(white people disease)으로 몰아가면서 유럽 시민들에게 오명을 씌우고 있다”며 “이는 EU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명백한 시도”라고 주장했다. 그는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는 것은 사람들의 삶을 가지고 노는 것”이라며 “가짜뉴스의 광범위한 확산은 사람들의 위험한 반응과 태도를 낳는다”고 말했다.

보렐 대표는 EU 집행위가 유럽 시민들에게 오명을 씌우는 비슷한 사례의 가짜뉴스를 1000건 이상 적발했다고 밝혔다. EU는 코로나19가 유럽에서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시작한 이달 초 온라상에서 활개치는 가짜뉴스를 근절하기 위해 조기경보(rapid alert) 시스템을 발령했다.

EU가 지난해 3월 도입한 이 시스템은 특정 시점에 비약적으로 빈도수가 늘어나는 단계부터 각 회원국이 경보를 발령해 공동 대응하는 방식이다. 코로나19 관련 허위정보나 광고 등을 담은 가짜뉴스가 확산돼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다만 EU는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유럽 전역에서 불거진 동양인들에게 대한 인종 혐오차별에 대해선 공식 석상에서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런던=강경민 특파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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